한스바이오메드의 중국시장 개척 방법: '꽌시'와 '샘플 조작'

2020년 11월 12일 16시 21분

의료기기 불법 제조 혐의를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한스바이오메드가 인공유방 보형물을 중국 시장에 출시하면서 편법으로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해간 과정이 담긴 회사 내부 기록이 확인됐다. (관련 보도 보기)
한스바이오메드는 2015년 말 국내에서 주력 제품인 ‘벨라젤’(Bellagel) 인공유방 제조허가를 받은 뒤,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중국에서는 2016년 ‘라운드’모델의 판매허가를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년 10월에 이르러 회사는 벨라젤 신제품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9년부터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본격적인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당시 속사정은 회사의 발표와 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기자간담회 3개월 전인 2018년 6월경, 중국 당국은 현지에 유통되던 벨라젤 제품을 긴급 수거해 검사에 착수한다. 다시 5개월 뒤, 중국 현지 인증시험기관의 검사 결과가 전해졌다. 
당시 중국법인 담당자는 이메일로 긴급하게 회사에 소식을 전했다. 그는 “정식 결과 보고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먼저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 시험기관이 벨라젤을 검사한 결과, 3가지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왔다. 증발잔류물, 미량 원소, 쉘(인공유방 껍데기) 두께 측정에 탈락한 것이다.
당시 한스바이오메드 내부 기록을 종합하면,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 일단 불순물을 측정하는, 증발잔류물 시험의 경우 중국의 시험 조건이 한국보다 까다로웠다. 한국에서는 제품에서 추출물을 뽑아내 검사하는데, 중국에서는 제품을 끓여서 남는 잔류물을 분석한다. 이를 당시 회사 연구소 측은 “가장 가혹한” 시험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미량 원소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이 났다는 건 중금속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뜻이 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지만, 회사 연구소 측은 원재료에서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 쉘의 두께 문제 역시 중국 시험기관의 측정 방법을 의심했다.
결론적으로 한스바이오메드는 다시 검사를 받더라도 합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중국 시험기관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중앙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낙관적이지 않았다. 회사 안에서는 “연구소에서 확신이 없다면 중국 벨라젤 판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책 논의는 부도덕하게 흘러갔다. 중국에서 인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꽌시’(关系) 관행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중국 식약처 관련자를 찾아 부탁하여 금번 시험사항을 합격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법인 담당자는 “현재 이 방법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번 건은 H사(중국 벨라젤 판매사)에서 도와준다면 넘기지만 향후 재검사를 하였을 때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18년 12월 10일, 본사에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국 판매사 H사 측도 참석했다. 이날 작성된 회의록을 보면 당시 중국 현지 상황은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벨라젤 수거검사 불합격 보고서가 이미 발행되었고, 이를 상하이시 식품약품감독관리국이 중앙당국인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 당시 CFDA)에 제출하기 직전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12월 내에 모든 상황을 해결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나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꽌시' 추진에 속도를 냈다. 임직원들과 중국 판매사 측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회의록에는 “시험센터에 관계된 꽌시를 찾아서 보고서 내용을 합격으로 변경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합격으로) 변경된 보고서가 발행되면, 중앙정부에는 ‘수거검사 문제 없음’으로 보고되어 더 이상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불합격 판정을 뒤집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약 2억5000만 원(150만 위안)”으로 추산하고 “제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앞서 한스바이오메드가 중국에서 벨라젤 제품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 인증시험을 허위로 통과한 기록은 또 있다. 앞서 회사 연구소가 평가한 대로 “가장 가혹한” 중국 측 증발잔류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조작한 시료를 제출했다는 내용이다. 회사 인허가 담당자가 임원들에게 올린 보고는 이렇다.
이번 아나토미칼, 마이크로 형명 추가 시에도, 증발 잔류량 시험 pass(통과)를 위하여 shell(쉘) 제조 후, 증발 잔류량이 덜 나오도록 전처리(끓여서 세척)한 샘플로 현지시험 pass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한스바이오메드 이메일
뉴스타파는 2018년 11~12월 중국 수거검사 상황을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한 한스바이오메드 임직원 가운데 당시 사장, 중국법인 담당자, 인허가 담당자에게 연락해 꽌시 추진, 인증시험 시료 조작과 관련해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제가 이야기한다고 해서 회사의 입장을 다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벨라젤 사례처럼 의료기기들이 편법적으로 해외에서 인허가 절차를 통과한다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시 기능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식약처는 해외 당국과 공조하고, 해외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위해한 의료기기, 의약품 정보를 수집해 국내에 전파한다. 올해 6월 기준, 식약처의 ‘해외정보리포터’가 중국에만 10명 이상 활동하며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식약처 웹사이트의 위해정보 페이지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예컨대 2017년 4월에는 중국 회사의 실리콘겔 인공유방 제품이 상하이 당국의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게시돼 있다.
하지만 한스바이오메드처럼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해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경우, 국내에서는 위해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또 중국에서는 문제가 없는 제품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국내 의료계, 환자들에게 잘못 알려질 수도 있다.
한스바이오메드가 이처럼 한국뿐 아니라 해외 감독당국과 환자들을 속이고, 의료기기를 불법 제조해온 의혹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와 식약처 조사에서도 규명돼야 한다.
제작진
취재홍우람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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