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

피해자로 법정에 선 유우성 씨, “진심 어린 사과 원한다”

2014년 10월 07일 23시 30분

- 검찰, 국정원 직원들과 협조자 6명에 대해 징역 1~4년 구형

국정원 증거 조작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유우성 씨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며 무엇보다 관련자들의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에서 열린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결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 씨는 피해 정도와 처벌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정원 증거조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유우성 씨와 변호인단

▲ 국정원 증거조작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유우성 씨와 변호인단

그동안 피고인 자격으로만 법정에 섰던 유 씨가 국정원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자격으로 법정에서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조자 김원하 씨 변호인의 증인신문 형식으로 진행된 증언에서 유 씨는 2년 동안 재판을 받는 동안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았고, 무죄를 받은 뒤에도 여전히 간첩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며 남들처럼 조용하게 한국에 살고 싶을 뿐이라고 증언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증거 조작으로 간첩이 될 뻔한 유 씨가 가장 원한 것은 관련자들의 진정한 사과였다. 유 씨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어떤 처벌을 원하냐는 질문에 대해 다시는 간첩 조작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강력한 처벌 요청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유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편지를 보낸 김원하 씨에 대해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고 김 씨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생과 함께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뒤에도 사람들이 저를 보는 눈길이 여전히 무섭고 두렵다. 만나던 사람들도 못 만나고 있다. (울먹이며) 그러나 살아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겨우 견디고 있다. 한국에서 남들처럼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다. 도와주는 변호사들과 현명한 재판부가 없었다면 증거 조작 사실도 모르고 감옥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력한 처벌보다 (국정원 직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유우성 씨, 증거조작 피해자]

유우성 씨 변호인단, “진행 중인 유 씨 관련 재판에 증거조작 기록 필요"

앞서 지난 6월 26일 유 씨의 변호인단은 유 씨가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로 재판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 신청서를 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증인 출석이 이뤄졌다. 유 씨 변호인단은 유 씨 증인 출석과 별도로 이번 증거조작 사건 관련 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 신청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피해자인 유 씨가 여전히 간첩 혐의로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어떤 방식으로 증거가 조작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간첩 혐의 결백을 입증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민사소송을 위해 증거조작 재판 기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홀로 혐의 인정한 협조자 “다른 피고인들 비양심적..기소안된 검사들이 가장 큰 잘못"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은 ‘몰랐다, 억울하다’는 취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국정원 김 과장의 지시로 유 씨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제2의 협조자 60살 김명석 씨도 김 과장과 왕 모 씨의 전화 연락만 도왔을 뿐, 위조한 사실이 전혀 없고 유 씨 재판 증거로 제출되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일하게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김원하 씨는 국정원 말만 믿고 유 씨를 간첩으로 오해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 씨에게 죄송하다고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는 최후 진술에서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나머지 피고인 5명은 비양심적이며, 기소조차 되지 않은 유 씨 항소심 공판 검사들이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유우성 씨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 변호인단에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재판 마지막까지 증거 조작 혐의를 부인했다.

▲ 국정원 직원들이 유우성 씨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 변호인단에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재판 마지막까지 증거 조작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증거 조작' 국정원 직원들 징역 1~4년 구형...28일 선고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유 씨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보현 과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허위 증거를 막아야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허위 증거를 제출해, 신성한 사법 질서를 훼손하고 한중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구형했다고 밝혔다.

또 불구속 기소된 이재윤 처장과 권세영 과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이인철 전 선양총영사관 영사에게는 1년을 구형했다. 이와함께 이들의 지시를 받은 조선족 협조자 김원하 씨와 김명석 씨에 대해선 각각 징역 2년 6월과 2년을 구형했다.

김 과장 등은 지난해 유 씨 항소심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말부터 차례로 기소됐다. 6개월간 12차례 공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협조자를 통한 증거 조작 지시는 물론 증인까지 조작한 증거들이 상당 부분 확인됐다. 또 무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검사들이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구체적인 입수 과정을 보고받고 묵인한 정황까지 드러나기도 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관련 기사

└ 간첩 증거조작…‘검사들 묵인 정황 드러나’

└ [단독]국정원 위조 지시 드러난 초안 문건 입수

└ 대북 ‘휴민트’는 엉터리…증거조작에 5천만원 지급도 확인

└ ‘증거 위조’ 협조자를 증인신청…그런데 검사는 몰랐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