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환경부는 낙동강 주민들을 상대로 녹조 생체실험을 하려는 것인가?

Oct. 11, 2024, 02:49 PM.

낙동강 주민들의 콧속에서 독성 녹조(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와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환경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별로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는 기조로 일관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답변은 부실한 연구에 토대를 둔 것으로 학문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이치에 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국제 학계의 연구 결과와도 배치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 "콧 속에서 독성 녹조" 발표에 "공기 중 녹조 독소는 없었다"

낙동강 주민들의 콧속에서 독성 녹조(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에 대해,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환경부가)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공기 중 녹조 독소는 없었으므로 전파 가능성은 수영이나 수상활동을 할 때만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수상활동을 하는 어민뿐만 아니라 녹조가 많은 낙동강 물로 농사를 짓는 농민과 녹조 현장 감시활동을 하는 환경운동가들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의 콧속에서도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남세균이 물에 있다가 공기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의 콧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부실한 연구' 토대로 녹조 독성 부인해 온 환경부

김완섭 장관이 말하는 ‘정밀 조사'는 환경부가 용역을 줘서 진행한 조영철 충북대 교수의 연구와 한국물환경학회의 연구가 핵심이다. 이 연구들은 측정 시기가 2023년에 집중됐다. 비가 많이 와서 낙동강 등 주요 녹조 발생지역에 녹조가 없었던 시기다. 심지어 물환경학회의 조사는 평소 녹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10월에 몇 차례 측정한 것이 전부였다. '부실한 연구'라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나왔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환경단체가 녹조 독소로 국민 건강이 위태롭다고 경고할 때마다 자신들의 연구 결과로 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문제는 그 연구들이 기존의 국제적인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녹조가 많은 물로 농사를 짓게 되면 농산물에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녹조 독소가 식물에 흡수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근거를 확인해보니, 2016년 농어촌공사가 진행한 쌀에 대한 녹조 독소 축적 연구였다. 문제는 이 연구에서 사용된 농업용수 속 독소 농도가 최대 24ppb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반면, 2021년 금강의 한 양수장에서 측정한 결과는 5000ppb에 달했다. 녹조 독성이 농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는 농어촌공사의 연구에 대해 “많은 이전 연구들이 농작물에 녹조 독성이 흡수되는 것을 입증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연구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농어촌공사의 연구에서 쌀에 흡수된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사용된 농업용수의 독성 농도가 낮았기 때문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 뒤 금강과 낙동강에서 수확한 쌀을 검사했을 때 독소가 실제로 검출됐다. 환경단체가 이를 발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시 쌀을 비롯한 농산물을 검사해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검사는 ‘독소가 있는 농작물을 찾아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환경단체는 녹조가 많은 농업용수로 재배한 쌀을 선별해 검사를 의뢰했지만, 식약처는 농산물이 녹조에 노출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통 중이거나 보관 중인 농산물들을 검사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식약처가 검사한 농산물 대부분은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나온 것이었다.

국제적인 전문가들에게 부정당하는 환경부 연구결과

다음은 녹조 에어로졸 문제다. 여러 국내외 연구가 ‘공기 중에 녹조 독소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조영철 교수와 한국 물환경학회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공기 중에 녹소 독소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존 연구들이 정밀한 측정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기존 연구들의 신뢰성을 한꺼번에 부정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조 교수가 사용했다는 LC/MSMS라는 정밀한 기기를 사용해 공기 중 녹조 독소를 확인한 연구들이 여러 건 있었다. 한 해외전문가는 ‘자신이 기억하는 연구 중 절반은 LC/MSMS를 이용했다’고 했다. 조영철 교수에게 ‘LC/MSMS를 사용해 공기 중 녹소 독조를 확인한 연구도 있더라’고 하니, 그는 ‘제가 모든 연구를 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기존 연구를 모두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
조 교수는 또한 ‘남세균 세포 크기가 커서 에어로졸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기 중에 독소가 있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한스 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C) 교수는 그 주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세균 세포에서 독소가 빠져나와 공기 중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낙동강 주민의 콧속에서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그 자체가 남세균이 공기를 통해 코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미국 대기와 미국인 콧속에서는 남세균 독소가 확실히 검출된다"

한스 펄 교수와 함께 녹조 에어로졸에 관한 연구를 해온 헤일리 플라스 박사는, 환경부가 ‘공기 중 녹조 독소는 불검출됐다’고 재차 주장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남세균 독소가 미국의 수역 대기권과 인간의 콧속에서 모두 검출된 것을 확실히 확인해줄 수 있다." (I can confirm with certainty that cyanotoxins have been detected in both the airshed of waterbodies and in human nasal cavities in the United States.)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의 남세균은 미국 남세균과 종류가 달라서 공기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김동은 계명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가 검사하고 이승준 부경대 교수가 검출한 남세균 유전자는 유령 유전자라도 된단 말인가?

"질소와 인 줄이고 물을 흘려보내야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22명의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의 콧속에서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된 것은 낙동강 주변 공기 중에 독소가 존재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녹조 농산물과 불안한 수돗물까지 감안하면, 낙동강 주민들이 직면한 건강 영향 가능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허술한 연구를 근거로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다.
한스 펄 교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플러싱(물을 흘려보내는 것)을 통해 강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과학적 해결 방법을 무시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보 수문을 더 닫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낙동강 주민들을 상대로 녹조 독소에 대한 생체실험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참으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환경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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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