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선관위 투표소 변경관련 문제

2012년 02월 04일 02시 06분

<기자>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투표소 무더기 변경 관련해 선관위가 투표소의 변경사유를 일부 허위 기재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가자 선관위가 공식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모든 것이 단순 착오였다. 복사하다 잘못된 것이다. 심지어 Ctrl+C와 Ctrl+V 즉 복사와 붙이기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이 전부입니다.

[안효수 / 서울시 선관위 사무처장]
“저희들이 보고를 잘못한 게 사실이에요. 인정해요. 잘못한 거고. 보고 잘못한 거 혼냈어요. 불러내서. 왜냐하면 이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이 중요한 문서를 실수를 했다는 것을 복사를 잘못했다는데, 저도 이해가 안 돼요. 다 불러가지고 혼냈어요.”

선관위는 그러면서 10.26 보궐선거의 경우 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진 만큼 투표장소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투표소 대거 변경은 불가피했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투표소가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구체적인 수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안효수 / 서울시 선관위 사무처장]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선관위가 선거할 때마다 (투표소를) 선정을 해요. 이번에 지적을 하셔서 그렇지 (투표소 변경이) 몇 % 바뀐 것인지 그런 것은 처음 우리가 뽑은 거예요.”

서울시 선관위는 특히 투표소 변경은 동 단위에서 이루어지는데 투표소 변경을 확정하는 동 선관위 위원 6명에는 여야 정당이 추천한 인사 두 명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투표소를 변경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선관위도 지난 달 27일 해명자료를 통해 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안효수 / 서울시 선관위 사무처장]
“동 선관위에서 (투표소를) 결정할 때 거기에 위원들이 다 있어요. 여야간 교섭단체에서 구성한 정당 위원들이 다 있고.”

그렇다면 10.26 선거 때 투표소 변경 과정이 실제 여야 참여 하에 투명하게 운영됐을까. 투표소 변경이 가장 많았던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지난 10.26 보궐선거 때 서대문구의 투표소는 모두 일흔 두 곳. 이 가운데 6.2 지방선거대비 33곳. 8.24 주민투표 대비 23곳의 투표소가 변경됐습니다.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변경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구 선관위 담당자]
“제가 다 기억을 못하지 않습니까. 현장 나가서 업주를 같이 만나 얘기를 들어보시죠.”

먼저 취재팀이 선관위 직원과 함께 찾은 곳은 서대문의 한 주민센터. 이 동에서는 8.24 주민투표 때에 투표소 8곳 가운데 무려 5곳이 12.6 선거 때 변경됐습니다. 동 선거관리위원 6명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 참석해 투표소 변경을 결정했는지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주민센터 담당자]
“저희가 그냥은 못 보여드리거든요. 정보공개청구를 하시든가 해야 하는데.”
(정보공개요?)
“예.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은 못 보여드려요.”
(왜요?)
“서류가... 아시겠지만 그냥 저희한테 (공개 요청을) 하시면 못 보여드려요. 정식으로 신청을 하시든가 해야 보여드리죠.”

취재팀은 이어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이곳도 8.24 주민투표 때와 대비해서 12.6 보궐선거 때 투표소 다섯 군데 가운데 네 군데가 바뀐 지역입니다. 선거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한 결과 투표소 변경을 결정한 본선관위 회의에 전체 위원 6명 가운데 단 3명만 참석했습니다. 더구나 여야 정당 추천을 받은 위원 2명은 전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 선관위 담당자]
(여섯 분이 다 모여서 회의를 하셨나요?)
“아니, 그때 우리가 임기가 다 끝나 가지고... 위원 이렇게 세 분만...”
(그러면 현재 당의 추천을 받은 분들은 없이 (투표소를) 결정한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건 여기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현재 이 동에서는 야당 여당 위원이 전혀 참석하지 않은 채 세 분이서만 (투표소 변경을) 결정한 거예요.)
“근데요, 잠깐만 제가 타임 좀 걸겠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뒤 서울시 선관위는 취재팀을 찾아와 당시 회의록을 보여주며 5명의 위원이 회의에 참여했으며 야당 추천 의원만 결석으로 인해 투표소 결정 회의를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상능 / 서울시 선관위 선거 계장]
“기억 착오로 인하여 위원 참석 인원을 3~4명으로 잘못 이야기 한 것 같은데...”

또 다른 지역에선 심지어 투표소 변경을 확정하는 동 선관위 회의기록은 물론 관련 문서조차 없는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주민세터 담당자]
(회의 자료는 없나?)
“그냥 이런 사항으로 해서....”
(아니, 그래도 이렇게 중요한 건 관련 자료를 남겨야 하잖아요. 없어요?)
“예. 없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서류는 없었고.”

8.24 주민투표와 비교해서 투표소 변경율이 22.8%로 22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금천구. 이곳의 한 주민센터를 서울시 선관위 직원들과 함께 찾았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해 10월 11일. 동 선관위 회의를 열어 투표소 한 곳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팀이 당시 회의록 열람을 요구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준비한 회의록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회의록에는 각 선관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직인이나 서명이 없습니다.

반면 8.24 주민투표 당시 회의록에는 위원들 이름 옆에 이들이 회의에 참석했음을 보여주는 서명이 기재돼 있습니다. 12.6 선거를 대비한 회의 기록에는 왜 참석위원들의 서명은커녕 담당 공무원의 직인도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부하직원이 자리에 없다며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합니다.

[주민센터 담당자]
“담당이 안 계셔서 지금 저희가 찾지를 못한다든지 이럴 수도 있는 거죠.“
(네?)
“못 찾겠어요. 지금 저희가.”
(아니 근데 저한테 이걸 주셨잖아요.)
“근데 사본이 있기에 우선 가져온 거예요.”
(사본은... 사본은...)

취재팀은 다시 한 번 담당 공무원에게 8.24 주민투표 때와는 달리 왜 12.6 선거관련 회의록에는 본인의 서명을 남기지 않았는지 물어봤습니다.

[주민센터 담당자]
(선생님께서는 제3자처럼 말씀하시는데요. 다른 분 것은 안 여쭤볼게요. 선생님께서는 왜 사인 안 하셨어요? 그것도 담당한테 물어봐야 하나요?)
“....”
(그건 제가 직접 여쭤볼 수 있잖아요. 직접 답변하셔야 되는 거잖아요.
“....”
(안 그래요?)

한참을 기다렸지만 취재팀은 답변을 얻지 못한 채 주민센터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35분 뒤 주민센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서명이 들어있는 회의록을 찾았다며 팩스로 보내왔습니다. 주민센터 현장에서의 서명 없는 회의록과 한참 뒤 팩스로의 서명 있는 회의록. 어느 것이 진본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비록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확인한 사례지만 뉴스타파 취재팀은 12.6 서율시장보궐선거 당시 투표소 변경 과정이 생각보다 투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선관위는 투표소 변경이 투표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안인데도 변경사유를 허위 기재하고 거짓 해명이 드러나자 단순 착오와 실수였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선관위 담당자]
“사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답답한 게 우리는 그걸 보고 안 받거든요. 현지에서 하고 결과 수치만 받는 건데 그래서 이번에도 대비자료 급하게 만들어 낸다고 하다 보니까 또 구의 직원들이 실수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거는 현장에 가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좀 생각해 주시면...”

이러는 사이 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와 투표소 무더기 변경 등으로 야기된 이른바 12.6 부정선거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선거행정의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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