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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움직임 없다"... 80년 5월 美·日 군사정보

2020년 05월 13일 17시 09분

5·18 광주항쟁 당시 미국과 일본 정부가 “북한군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분석한 정보보고 내용이 뉴스타파가 입수한 일본 외무성 문서에서 확인됐다. 미국이 공중조기경보기 2대를 동원해 북한의 동향을 감시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1980년 5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실무회담에 참석한 북한 기자와 한국 관계자가 ‘광주항쟁’에 대해 나눈 대화내용도 일본 외무성 문서에서 확인됐다. 이 문서에서 북한 기자는 “북한은 모내기 철이 되어 바빠서 남침을 계획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뉴스타파는 1980년 5월에서 6월 사이 주한 일본대사관이 일본 외무성에 보낸 500쪽 분량의 비밀 정보보고 문서 164건을 입수, 12일부터 연속보도하고 있다. ‘광주항쟁’, ‘전두환 쿠데타’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이 일본 정부문서를 통해 다수 확인됐다.(관련기사:<최초공개> 일본외무성 '전두환파일' : 5·18 상황 164건 긴급 보고)


전두환은 2017년 발간한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특수전 군인들이 광주항쟁에 가담했다는 진술과 증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2006년에는 자신이 직접 북한의 광주 작전에 참전했던 북한 특수부대원이었던 사람이 탈북해서 그 사실을 털어놨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것이어서 지어낸 말로 보기 어렵다.
- 전두환 회고록 1권

1980년대부터 전두환 세력이 주장해 온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나오고 있다. 지만원 씨 등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국회 공청회에서 지 씨는 “5·18 연구 결론이 뭐냐면,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전두환과 그 추종세력의 주장과는 달리, ‘5·18 북한군 개입설’의 실체는 지금까지 확인된 적이 없다. 북한군 개입설을 담은 전두환 회고록은 법원에서 출판 금지 명령을 받았고, 전두환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40년간 반복된 ‘북한군 광주 침투설’…80년 5월 당시 美·日은 “북한 움직임 없다” 결론

뉴스타파가 광주항쟁 40년을 맞아 입수한 일본 외무성 보고서에는 광주항쟁 당시 북한의 움직임을 기록한 내용이 다수 들어 있다. 광주에서 계엄군 집단발포가 벌어진 다음날인 80년 5월 22일 오후 1시 7분에 주한 일본대사관이 자국 외무성에 타전한 문서도 그 중 하나다. ‘방위정보’라는 제목의 이 극비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같은 날 오후 6시 28분에 발신된 문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북한군의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정보 보고다.


5월 23일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와 마에다 일본 대사의 면담을 기록한 문서에서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북한에서 아무런 이상 조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 정부는 조기경보기 감시 정보까지 활용해 북한 동향을 정밀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기록했다.


북한 기자, “전두환 미친 것 같다” “모내기로 바쁘다, 남침 절대 없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1980년 일본 외무성 문서’를 분석해보면, 당시 일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언론인, 재계 인사를 두루 접촉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 심지어 북한 측에서까지 정보를 수집했다.

“80년 5·18 전후 시기에 일본이 북한을 모니터링하거나 살피고 있었고, 광범위한 수준의 정보들을 수집해서 실제로 북한에서 어떤 이상동향이 있는가 이런 것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층적이고 심층적으로 체크하고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

1980년 5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실무회담을 취재하러 온 북한 기자와 한국 관계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한 주한 일본 대사관 정보보고(80년 5월 23일)에는 광주항쟁 당시 ‘북한군 개입설’에 대한 북한 측 인사의 생각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북한은 모내기 철이 되어 바빠서 남침을 계획할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내용이다.


같은 문서에는 북한 기자가 당시 우리나라 군부의 실권자였던 전두환을 평가한 내용도 들어 있다. 북측 인사가 전두환과 광주학살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5·18 진상규명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습니다. 이 위원회에서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가 북한군 침투설에 대한 규명인데 가장 핵심적인 자료로 이 일본 외무성 문서가 활용될 수 있겠네요. 실제로 북한군 침투설에 대한 주장이 허구다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료가 될 수 있겠네요.”
-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위원

제작진
취재강민수 한상진
공동기획전갑생(뉴스타파 전문위원), 이재의(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김용철(5·18재단 오월지기)
촬영이상찬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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