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술지 '와셋' 투고 상위 대학, 저자 논문 공개
2018년 07월 20일 21시 01분
뉴스타파가 지난해 7월부터 와셋과 오믹스 등 가짜해외학술단체를 이용한 국내 연구자들의 엉터리 실적쌓기와 공적 연구비 오남용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각 대학과 과기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가 진상조사에 나서 징계 처분과 대책 마련 등의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다.
뉴스타파는 정부와 대학의 진상조사 진행에 맞춰 와셋과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가 운영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거나 컨퍼런스 초록을 게재한 연구자들의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공개한 바 있다.(와셋 DB 보기,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 DB 보기)
뉴스타파는 이 두 데이터베이스 공개에 이어 이번에는 오믹스 데이터를 공개한다.
인도계 학술단체 오믹스(OMICS International)는 전세계 질 낮은 연구자들을 유혹해 온 대표적 해적 학술단체이다.
오믹스는 정상적인 논문 출판 문화를 해치고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지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공식 제소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뉴스타파 보도 이후 교육부 등의 진상 조사 과정에서 가짜학술단체 와셋과 함께 조사 대상으로 올랐다.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오믹스 웹사이트 데이터를 모두 긁어 한국 대학 또는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쓴 논문의 첫째 장에 나와 있는 각 저자의 이메일 주소, 소속 기관 정보를 정리해 각 기관별 투고 횟수를 확인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모두 1,876명(연인원)의 국내 대학교와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오믹스 산하 학술지에 총 534건의 논문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계 결과 의학과 기초과학 분야 학자 및 의사들이 주로 오믹스 학술지에 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원 기준으로 오믹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학자가 가장 많이 소속된 기관은 서울대(162명)였고, 이어 연세대 (112명), 국립암센터(69명), 인제대(64명), 고려대(62명), 차의과학대(48명) 순으로 나타났다.
게재 건수가 가장 많은 10개 학교는 서울대 64건, 연세대 38건, 고려대 28건, 인제대 21건, 성균관대 20건, 경북대 17건, 한양대 17건, 전북대, 전남대, 부산대 각 14건 등이다.
기관명 | 논문 수 | 저자 수(연인원) |
서울대학교 | 64 | 162 |
연세대학교 | 38 | 112 |
고려대학교 | 28 | 62 |
인제대학교 | 21 | 64 |
성균관대학교 | 20 | 38 |
경북대학교 | 17 | 47 |
한양대학교 | 17 | 48 |
전북대학교 | 14 | 46 |
전남대학교 | 14 | 46 |
부산대학교 | 14 | 32 |
김일성종합대학 등 북한 대학 소속 학자 7명도 오믹스 학술지에 논문 3편을 게재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보도에서 북한 학자들이 게재한 논문에 대해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뉴스타파는 시민들의 알권리 및 올바른 연구문화 조성을 위해 오믹스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국내 연구기관 관련 원본 데이터를 공개한다. (데이터 다운로드)
각 대학의 가짜학술단체 참가 실태 조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교육부는 조사 결과 취합 발표를 계속 미루다 이번 3월 안에는 와셋과 오믹스에 논문을 게재한 국내 대학교 소속 교원 인사 조치 결과 등을 종합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발표를 앞두고 뉴스타파는 와셋과 오믹스 논문 게재 상위 대학교의 조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와셋과 오믹스 학술지 논문 게재 1위로 나타난 서울대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와셋과 오믹스 학술대회에 1회 이상 참가했거나 논문을 게재한 교원을 찾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교수 45명과 연구원 2명, 대학원생 65명이 조사 대상으로 추려졌다. 서울대학교 상근감사실은 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학원생의 지도교수 및 소속 연구과제의 책임 교수에게도 인사 처분을 대학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상근감사실은 교수 77명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4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처분을 요구해 모두 81명의 교수가 징계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향후 서울대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연세대학교와 강릉원주대학교 관계자는 교육부 조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철저히 조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조사 대상 교원의 수와 징계 수준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9월부터 와셋과 오믹스에 참가한 교원과 학생을 조사했다. 카이스트는 이들 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2회 이상 참가한 교원에게는 견책 징계를, 1회 참가한 교원에게는 경고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와는 달리 가짜 학술지 논문 투고 실적이 있는 교원들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또한 정확한 조사 대상 교원의 수와 징계 수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취재: 김강민,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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