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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탐사공모]②전국 조직 ‘트루스포럼’, 돈줄과 배후는 ‘태극기 부대’?

2020년 08월 06일 10시 10분

※이 기사는 2019년 뉴스타파가 주최한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에서 선정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대학생 배지현, 홍석영, 홍지수가 뉴스타파 취재진의 도움을 받아 현장 취재와 기사 작성,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1. ‘트루스포럼’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거짓말
2. 전국 조직 ‘트루스포럼’, 돈줄과 배후는 ‘태극기 부대’?
3. ‘젊은 보수’? ‘댄디 보수’?...언론의 왜곡 과장 보도

‘트루스포럼’을 만든 사람은 서울대학교 법대 박사과정 학생인 김은구 씨다. 게임업체를 운영하다 대학원에 입학한 김 씨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서울대에서 처음 트루스포럼을 만들었다. 이후 트루스포럼은 전국에 있는 대학으로 번져 나갔고, 현재 130개가 넘는 대학에 지부를 두고 ‘트루스 얼라이언스’라는 연합체로 운영되고 있다. 김은구 대표에 따르면, 트루스포럼이 태동한 서울대에는 총 20명 가량의 회원이 활동중이다.

‘보수 학생 대표 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트루스포럼이 내세우는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트루스포럼 검증 1편 참조) 이들은 대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결정까지 부정하는 주장을 공공연히 전파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은 언론과 북한의 조작’, ‘4.15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공작·부정선거’,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 등이 대표적인 주장이다. 게다가 ‘보수 학생 대표 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트루스포럼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장년층들이었다.

그럼 트루스포럼은 어떤 사람들에 의해, 또 어떤 돈으로 만들어지고 성장했을까? 뉴스타파 대학생 취재팀은 트루스포럼의 돈줄과 배후를 추적했다.


트루스포럼, ‘광주학살 책임자’가 고문 맡은 단체와 공동 사업

취재팀은 먼저 트루스포럼 대학 지부 중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서울대의 지난 4년 활동을 정리해 봤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55회의 포럼과 강연, 그리고 ‘조국 교수 파면 촉구’, ‘부정선거 의혹규명 촉구’를 주장한 집회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의 대자보 활동이 확인됐다. ‘서울대 트루스포럼’은 처음 만들어진 2017년 한 해에만 총 17번의 포럼을 개최했다.

트루스포럼의 활동, 특히 포럼과 강연에는 유명 보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트루스포럼을 도왔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조원일 전 유엔 차석대사, 배현진 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등 보수 진영의 유력 인사들이 꾸준히 연사로 초빙됐다. 뉴라이트 핵심 인물로 알려진 이인호 전 KBS 이사장, 극우 망언으로 법정에 섰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도 강연자 명단에 있었다.

트루스포럼이 진행한 포럼과 강연 주제는 대부분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를 찬양’하거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북한에 대한 강경 자세’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올해 2월 ‘공직자의 양심’을 주제로 진행된 전(前) 문체부 국장 한민호씨의 트루스포럼 강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아시아의 전체 공산주의 세력과 벌였던 전쟁”, “탄핵에 찬동한 놈들은 거기에 부역질을 한 거고, 결국 토착 빨갱이들한테 정권을 빼앗긴 것”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취재진이 정리한 트루스포럼 주요 강연 목록은 기사 하단 참조.)

트루스포럼은 21대 총선 전인 지난 4월 초에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하 예비역장성단)과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예비역장성단이 제작한 책 ‘나중에 편하게 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10가지 진실’의 ‘독후감 공모전’이었다. 예비역장성단은 이 사업에 200만 원의 상금을 내놨다.

지난 4월 3일 ‘이화여대 트루스포럼’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아래와 같은 ‘독후감 공모전’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 지난 4월 ‘이화여대 트루스포럼’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글. 트루스포럼이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과 공동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예비역장성단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9년 1월 만들어진 단체로, 전직 국방장관 등 450명이 넘는 예비역 장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등의 폐기를 주장하며 보수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단체다. 2019년 1월 3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범식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공산정권 북한과 ‘민족 공조’라는 미명하에 대한민국 정통성을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비역장성단에는 ‘전두환 쿠데타’와 1980년 5월 ‘광주학살’의 책임자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박희도 전 육군 참모총장, 정호용 전 국방장관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 핵심세력 지원 받은 트루스포럼

취재진은 트루스포럼의 재정상황도 확인했다. 트루스포럼이 자신들의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 올려놓은 자료, 그리고 내부제보자의 증언 등을 통해서다. 트루스포럼의 재정상황이 확인된 기간은 2017년도 4월부터 2018년도 12월까지였다.

트루스포럼의 주요 수입원은 개인과 단체가 내는 후원금이다. 트루스포럼이 스스로 공개한 후원내역을 보면 1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다양한 규모의 후원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후원자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이름들이 발견됐다. 소위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구국동지회’, ‘자유민주국민연합’,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이하 일파만파)’ 같은 보수단체들이다. 아래 표는 트루스포럼이 공개한 후원금 목록.


트루스포럼에 후원금을 낸 자유민주국민연합은 소위 ‘태극기 부대’의 주축세력 중 하나다. 노재봉 전 국무총리(노태우 정부), 목요상 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 등 보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일파만파 역시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태극기 부대’의 핵심 세력으로 활동해 왔다.

트루스포럼과 ‘태극기 부대’의 관계는 2017년 트루스포럼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시작됐다. ‘태극기 집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여했고, 이들과 같은 주장을 설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완전 무효’, ‘문재인 정권은 공산주의자 정권’, ‘5.18은 북한군의 조작이며 폭동’ 같은 주장들이다. ‘태극기 집회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도 수년간 대학에 게재했다.

▲ 2019년 8월 17일 트루스포럼이 각 대학에 게재한 ‘태극기 집회를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트루스포럼은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지난 2018년 3월, 일파만파의 지원을 받아 제1회 트루스포럼 거리집회를 열기도 했다. 트루스포럼이 개최한 첫 단독 대중 집회였다. 일파만파의 후원을 받은 트루스포럼 집회는 이후 3번이나 더 열렸다.

취재팀은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제1회 트루스포럼 전국거리집회 현장에 참석했다. 집회 현장에는 트루스포럼을 후원하고 있는 ‘일파만파’의 깃발과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고, ‘일파만파’의 모금함도 있었다. 행사장 모습만으로는 이 집회가 트루스포럼의 집회인지 일파만파의 집회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집회 장소와 무대, 그리고 자금 등을 일파만파에서 지원받아 열린 이 날 집회에선 “탄핵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무너졌다”,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지역감정의 원인이 김대중 OOO 때문”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트루스포럼 집회에는 일파만파 외에도 구국동지회, 구국총연합, 한국자유수호협회 등 여러 ‘태극기 집회’ 세력들이 참여했다.

▲ 제 1회 트루스포럼 전국거리집회, 집회에 등장한 일파만파애국총연합의 모금함.(왼쪽) (2019.10.19)

취재진은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에게 연락해 ‘트루스포럼과 태극기 부대의 관계’를 물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일파만파 측이 적극적으로 단독 집회를 제안했고 이를 수락하며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일파만파가 사심없이 트루스포럼을 지원해 줬고, 서로 협력하며 활동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취재진은 일파만파 김수열 대표에게도 연락해 트루스포럼과의 관계를 물었다. 김수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트루스포럼 집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파만파가 보유한 무대를 제공하고 플랜카드, 현수막 제작비도 지원했다. 자금은 집회 현장 모금과 일파만파 회원들의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트루스포럼은 일파만파의 후원을 받아 총 6번 ‘태극기 집회’를 주최했다. 일파만파는 매번 300만 원 정도 씩 트루스포럼에 지원했다.”
- 김수열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대표

결국, 트루스포럼이 겉으로는 자발적인 ‘대학생 보수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태극기 부대’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태극기 부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진태 등 보수 정치인, “트루스포럼, 우리가 밀어주자”

트루스포럼이 주최한 거리집회에는 유명 정치인들도 참여해 왔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차명진 전 한나라당 의원,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다. 이들은 트루스포럼이 주최한 각종 행사에 참석해 트루스포럼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 왔다.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트루스포럼 거리집회에 참석한 김 전 지사는 “젊은 후배들을 우리가 밀어주자”며 트루스포럼을 격려했고, 김진태 전 의원은 “트루스포럼 젊은 후배님들까지 힘을 보태주니깐 정말 든든하다. 사회주의 정권인 문재인 정부를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루스포럼과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한 정치인도 있었다. 작년 2월, 트루스포럼은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실과 함께 ‘탄핵사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묻고 질의서를 전달하는 간담회’를 주최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트루스포럼은 “당시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섹스비디오는 발견되지 않았고 880조에 달하는 비자금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거짓 기사들을 근거로 정치적인 판결(탄핵)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사를 공동 주최한 정종섭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트루스포럼은 작년 12월에는 김진태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탄핵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트루스포럼은 이 세미나에서도 역시 “박근혜 탄핵은 거짓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2019년 트루스포럼이 국회의원실과 공동개최한 행사 포스터. 정종섭 의원실과 공동 주최한 간담회(왼쪽)와 김진태 의원실과 공동 주최한 간담회.

외교부 소관 공익재단, 1000만 원 상당 지원

지난해 8월 16일, CBS는 외교부 소관 공익법인인 ‘양포재단’이 트루스포럼에 사무실 및 활동 공간을 2년간 무상 지원해왔다고 보도했다. 양포재단은 개발도상국 등 후진지역 국민들의 삶을 질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2007년 6월 외교부 허가를 받아 설립된 재단이다.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받고 있다. 양포재단이 트루스포럼에 지원한 각종 혜택은 금액 기준으로 1000만 원 정도로 확인된다.

외교부 정관(9조)은 ‘비영리 법인은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 지원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양포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등 사실상 정치활동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트루스포럼에 재정지원을 했던 것이다.

비영리 공익재단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 지원한 사실이 인정되면 외교부는 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외교부는 CBS 보도가 나간 뒤 “감사를 통해 부적절한 내역이 발견되면 다양한 혜택을 받는 공익재단의 위치를 박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포재단은 “트루스포럼이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몰랐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청문회를 거쳐, 양포재단의 공익법인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트루스포럼이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몰랐다”는 양포재단의 주장은 취재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올해 초 취재진과 만난 양포재단의 내부관계자는 “양포재단이 트루스포럼의 활동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사무실 무상 임대 외에도 “식당, 강연실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양포재단 관계자는 “트루스포럼을 지원하는 문제로 양포재단 내에서 논란이 심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트루스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은구 씨에게 양포재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대표는 “트루스포럼이 양포재단 운영에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양포재단 이사장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는 양포재단의 사무실을 유상으로 임대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 ‘트루스포럼’ 주요 강연 목록과 강연자 명단> (2017.4.~2020.2.)


취재 : 배지현 홍석영 홍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