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특수활동비를 부활시키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 특수활동비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한 요인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은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쓰면서 검찰조직을 자기 뜻대로 관리하고 정치적인 수사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이 개인의 권력욕을 위해 사용된 셈이다. 검찰 특수활동비가 존속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순수하게 예산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검찰 특수활동비는 사라져야 할 예산이다. 기밀 수사에 쓴다고 국민 세금을 받아 가서 실제로는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써 왔기 때문이다. 이런 예산을 용납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결코 부활되어서는 안 될 예산이다.
역대급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윤석열
2017년 4월 23일 저녁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부하 검사들을 데리고 회식했다. 그들은 회식만 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데리고 온 부하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 이 사건은 2017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영렬 전 지검장의 후임으로 2017년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사람이 윤석열이었다.
윤석열로부터 현금을 받는 사람은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라는 1장짜리 현금수령증만 쓰고 돈을 받아 간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이 수령인을 가리고 자료를 공개했기 때문에, 누가 이 돈을 받아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현금을 받아 간 경우는 무려 1억 5천만 원을 현금수령증 1장만 쓰고 받아 간 것으로 되어 있다. 5만 원권 3천 장을 1번에 받아 간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정치적인 수사를 맡은 검사들에게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월성 원전 수사를 맡았던 대전지검에 역대급 특수활동비를 준 정황이 확인된다. 월성 원전 수사 당시인 2020년 11월~12월 동안 대전지검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서너 배 많은 특수활동비를 썼다. 11월 한 달간 2,840만 원, 그다음 달인 12월에 4,902만 원을 쓴 것이다. 대전지검에서 이렇게 많은 특수활동비를 쓴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아 가면서 진행된 ‘월성 원전’ 수사는 무리한 수사였다. 특수활동비를 집중적으로 사용한 시기에 대전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서기관을 구속·기소하고 과장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2024년 5월 9일 이들은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써 가면서 행한 수사에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억울하게 구속되고 기소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기밀 수사와 무관한 검찰 특수활동비는 사라져야
윤석열만이 특수활동비를 오·남용한 것은 아니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총장과 검사장·지청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주로 사용하는 돈이다.
이렇게 숱한 불법과 오·남용 사례들이 드러난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2025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상황이다. 앞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윤석열의 특수활동비 관련 불법 의혹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상설특검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도 하다.
검찰이 정말 수사에 필요한 경비가 있다면, 카드 사용이 원칙인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하면 된다. 2025년 예산에서 검찰 특정업무경비 예산도 전액 삭감된 상태이지만, 그것은 검찰이 제때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소명을 제대로 한다면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일정 정도 부활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법령과 지침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것처럼 국민 세금을 마음대로 써 왔다. 그러나 검찰청도 하나의 행정관청일 뿐이다. 검찰을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정상화하고, 국민의 민주적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한 첫걸음은 ‘검찰 특수활동비의 불가역적인 폐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