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취소' 국힘 김현아...'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사건의 전말

2024년 03월 04일 17시 36분

● 뉴스타파, 김현아 '공천 미끼' 돈봉투 의혹 연속보도...국민의힘은 '공천 취소' 확정
● "공천 헌금 여부까진 확인 못했다"며 면죄부 준 경찰...검찰 지휘로 뒤늦게 수사 착수
● 새로운 사건 번호 부여해 김현아 및 현직 경기도의원 등 4명 정치자금법 '피의자' 입건
● 김현아, "경찰 무혐의" 허위 주장하며 추가 입건된 사실은 숨겨...보도한 기자는 검찰 고소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김현아 예비후보(경기도 고양정, 제20대 국회의원)에 대한 '단수 공천'을 취소했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에는 3선 의원을 역임한 김용태 전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언론에 발표한 공천 결과를 스스로 뒤집은 건 이례적이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김현아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경찰은 김현아 후보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입건해 수사중이다.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는 별개다. 피의자는 김현아 후보와 김완규·심홍순 경기도의원, 전직 고양시의원 박모씨 등 4명. 이들은 기초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김 후보에게 현금 돈봉투(600만 원)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로써 김현아 후보는 2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이밖에도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김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조사 중이다. 
지난해 5월, 경찰은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규모가 총 4,200만 원이라 보고 사건(사건1)을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시의원 3명이 김 전 의원에게 현금으로 건넨 현금 600만 원을 따로 분리(사건2)해 다시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이에 경찰은 올해 초부터 사건2를 새롭게 수사하고 있다. 앞서 사건1을 수사한 경찰은 시의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풀어줬지만, 사건2 수사가 시작됨에 따라 이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  

녹음파일 확보하고도 "공천헌금 확인 못했다"던 경찰, 왜 다시 수사할까? 

2022년 4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 시민단체인 P-플랫폼(대표 김성호)은 김현아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4월, 뉴스타파는 김현아 고양정 당협위원장이 당원들로부터 '운영회비'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공천 미끼’ 돈봉투 의혹... 김현아 육성파일 “회비 완납하세요”) 보도 한 달여 만에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이 특정한 불법 정치자금 액수는 총 4,200만 원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차명 계좌로 입금된 금액이 3,200만 원, 현금으로 받은 금액이 1,000만 원이었다.
뉴스타파는 차명 계좌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다. 당협을 운영하는 회비 명목으로 걷었지만 김 전 의원의 이름으로 나가는 경조사비와 화환, 본인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포럼의 식대나 뒤풀이 비용, 심지어 개인 사무실의 전기 공사 비용까지 차명 계좌에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의원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납부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불법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현금으로 받은 1,000만 원 중 600만 원은 당시 고양시의원 3명이 봉투에 담아 김 전 의원에게 직접 건넨 돈이다. 뉴스타파는 돈봉투가 전해질 당시의 정황히 고스란히 담긴 녹음파일을 지난해 4월 공개했다.(관련 기사 : 김현아 ‘돈봉투 의혹’ 추가 녹음파일...“3명 200씩? 잘 쓰겠습니다”) 녹음파일에서 김 전 의원은 돈봉투를 받은 뒤 “(3명이 각각) 200씩? 네, 알겠습니다. 잘 쓰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김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해당 녹음파일은 짜깁기됐기 때문에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양시의원이 돈봉투를 건넬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한 음성파일이다. 여기엔 시의원 3명과 김현아 당협위원장, 이강환 사무국장(회계책임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타파는 이 녹음파일을 지난해 4월 27일 공개했다.

돈봉투 상납 당사자 "계좌로 입금한 돈 돌려주더니 현금으로 내라고 했다" 

당시 돈봉투를 건넨 시의원 A씨는 "원래는 시의원들도 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김현아 측이) 갑자기 돌려주더니 현찰로 가져오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현직 시의원인 만큼 나중에 정치자금법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오갔다고 한다. 돈을 건넨 시의원 3명 중 2명(김완규, 심홍순)은 2022년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았고, 현재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녹음파일까지 확보한 경찰은 "돈봉투가 공천을 위한 대가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시의원들을 직접 조사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로 하여금 돈봉투 상납 사건만 따로 떼어내 다시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계좌로 낸 돈을 다시 돌려주고, 사용처 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받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해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피의자는 돈봉투 현장에 있던 김 전 의원과 시의원 3명이다.
이로써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은 2개로 늘어났다. 사건이 분리됨에 따라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의 범죄 금액은 4,200만→3,600만 원으로 줄어들고, 시의원들이 건넨 현금 600만 원은 새로운 사건의 범죄 금액으로 특정됐다.
현재 검경의 수사 상황이 이렇지만, 김현아 전 의원은 "공천 대가나 공천 헌금을 받은 적이 없다. 경찰 수사에서도 이 사실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뉴스타파)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아 전 의원의 SNS 갈무리(2024.2.28).

김현아 "여론 조작해서 총선 개입" 주장하며 검찰에 기자 고발 

김현아 전 의원은 '공천 취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 보도', '언론 공작'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자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제소했다고 SNS에서 밝혔다. 지난해에도 언중위에 두 번의 조정을 신청했으니,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김현아 전 의원이 낸 언중위 조정 신청은 1차는 조정불성립, 2차는 양측의 합의에 따른 반론보도 게재로 결론났다. 김 전 의원의 주장처럼 '정정보도'는 없었다. 언론중재위원들은 오히려 '뉴스타파 보도가 공익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정보도 신청이 기각된 뒤, 김 전 의원은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김현아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뉴스타파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대선 허위 보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매체와 기자가 자신에 대해 악의적이고 습관적인 허위 보도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반부패부 소속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벌이고 있는 소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은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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