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미국인 유족 "삶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2022년 11월 17일 15시 02분
산하야, 잘 가고...그곳에서는 너 하고 싶은 거, 재미난 거, 좋은 거 많이 보고
아프지 말고, 숨차지 말고, 짓밟히지도 말고, 안전한 곳에서
조금 더 많이 보고 재미나게 있어. 미안해, 미안해 산하야.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산하 씨 어머니(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49재 위령제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유학 가고 싶다고 할 때, 형편이 어렵다고 못 보내준 게 미안하고요. 서울에 취업했을 때 이제 부산에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한 게, 어떻게든 서울에 자리 잡으라고 말했던 게 너무 미안해요. 무리해서라도 유학을 보내줄 걸, 부산에 내려오라고 할 걸, 그랬다면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그 두 가지가 너무 너무 미안해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아이를 찾으러 서울로 갈 채비를 하는 와중에도 너무 바보처럼 멍청이처럼 우리 아이 자취방에 가져다 줄 물건들을 챙기고 있었어요. 그때 딸이 집에 환기가 안 된다고, 서큘레이터 좀 보내달라고 그랬는데 제가 못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거 하고 아이가 쓸 밥솥을 챙겨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이거 뭐 하러 가져가느냐’고 그래서 ‘왜 무서운 소리 하고 그래? 어딘가 긁혀서 그냥 병원에 누워 있겠지, 왜 그래’ 하고 저는 아빠한테 짜증을 냈어요. 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라고요. 아빠한테 오전 10시 전화 받고 한 10시 반 사이 챙겨서 서울로 출발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갔는데 오후 1시 조금 넘어서 (부천)오정경찰서에서 아이가 사망했다고... 고속도로에서 그 소리를 들었어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부천 순천향대 병원에 가서 아이를 확인했는데, 얼굴이 너무 많이 붓고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물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아빠는 아니라고 했어요. 그런데 턱선이 우리 애가 맞더라고요. 그래서 내려보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못 했고, 같이 갔던 친구에게, 아이 발밑에 있는 옷가지들을 보고 ‘우리 아이가 그날 입었던 게 맞는지’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날 산하가 입었던 옷이, 가방이 맞다고 하더라고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우리 아이 신분증이 가방에 각각 두 개가 있었단 말이에요. 이름이 나와 있는 카드도 있었고요. 그러면, 참사 나고 신분 확인을 해서 가족에게는 분명히 (연락을) 할 수 있었고, 또 그날 산하와 같이 간 친구를 통해서도 신원 확인이 가능했는데, 그걸 해주지 않은 게 이해가 가지 않아요. 같이 간 친구에게는 안 다친 것 같으니 실종자 신고하고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대요. 이제는 일부러 신원 확인을 지연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어요. 수많은 사람이 죽었으면, 실종자 명단을 TV에 공개적으로 띄워서라도 가족들이 찾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거기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해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정진석 의원님이랑 다른 의원분들이 계셨는데, 그중에 한 명은 10분인가 20분 있다 나가 버리고는 들어오지 않고, 정진석 의원은 한 시간쯤 듣고는 자기 결재하러 가야 한다고 하고…그렇게 대화한 시간이 총 두 시간이 안 돼요. 우리한테 내줄 시간은 그 정도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도 우리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에 진심인 줄 알았어요. 진심으로 우리 이야기를 듣는 줄 알았어요. 그러고 나서 기사를 봤는데 정진석 의원이 ‘그분들 의견이 유족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폄훼했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우리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지 않았구나, 우리에게 단체를 만들라는 이야기구나. 아직 우리가 요구한 것에 대한 답변도 주지 않았고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국가는 참사 당일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정부는 유가족에게 상담을 왜 받으라고 합니까. 상담치료의 첫 번째가 뭡니까. 유가족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지요. 유가족이 들어달라는 말이 뭡니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아닙니까? 이게 해결돼야 그 다음 치료가 가능합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꼭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대로 된 사과 꼭 해주십시오.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에서의 신지현 씨 발언(2022.12.10)
인터넷에 달리는 악성 댓글은 그렇게 마음 아프지 않아요. 근데 그들(정치인)이 그러는 거는 그렇지가 않아요. 무엇보다 저를 가장 아프게 하는 2차 가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유가족 목소리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그 분의 눈 감음, 귀 닫음입니다. 유가족이 그렇게 하찮은가요? 우리들의 목소리에 대꾸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대꾸라도.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한 유가족분이 말씀하시길, 그분 아드님이 키가 되게 크고 근육질이어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그 사고로 가실 만한 분이 아니라고 형사님이 그러셨대요. 근데 그 분의 주변에 보면 조그마한 아이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형사님이 ‘아무래도 얘네들 도와주다가 아드님이 간 것 같다’ 그러셨대요. 그 말 듣고 생각했어요. 그 조그마한 아이 중에 우리 산하가 있었으면…제발, 산하가 그 오빠 옆에 있었으면, 그래서 본인이 가는 동안 좀 덜 무서웠으면,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 애써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김미나 의원님, 나라를 구했냐고요? 나라를 구하고 싶었으나 나라를 국가에서 구할 기회를 안 줬네요. 시체 팔이요? 당신들은 자식들을 그렇게 뭘 팔아서 그런 행복, 보석 같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나 보죠? 그냥 우리 같은 시민들은 아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다 행복이고 좋은 날이고 보석 같습니다.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이미 많은 은폐와 조작이 있었고, 거기다가 아직 그걸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윗선에서 탁 누르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가 될까 걱정되지만, 부디 수사가 제대로 돼서 진실규명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하루 빨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무섭고 외롭게 간 아이들이잖아요. 추모 공간이 마련돼서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이태원 역에 놓여 있는 시민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신지현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산하 씨 어머니
촬영 | 신영철, 이상찬 |
편집 | 정애주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