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식약처, 뉴스타파 보도 이후 '의료기기 정보공개' 확대

2019년 04월 22일 08시 00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의료기기 안전성 정보공개 제도를 뒤늦게 손질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전 세계 파트너 매체들과 함께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안전성 문제, 당국의 허술한 감독 기능 등을 고발보도한 이후 이뤄진 조치다. 식약처가 환자와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나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뉴스타파는 바뀐 제도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알맹이를 갖출 때까지 감시할 계획이다.

① 이상사례 보고: 비공개 → 공개용 DB 구축

지난해 11월 뉴스타파는 ‘인체이식형 의료기기’를 몸에 심은 환자들에게 발생한 '이상사례’ 보고 내역을 입수해 분석·보도했다. 2013~2018년 의료기기업체와 의사들이 작성한 뒤 식약처에 제출한 기록 가운데 사망 등 ‘심각한 이상사례’로 분류된 325건이 대상이었다. 환자와 시민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자료였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의료기기 결함이 분명하거나 의심된다고 적힌 이상사례 보고 56건은 보고서 실물을 입수해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 검증했다.

▲뉴스타파가 식약처의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기초적인 보고 내용들을 누락하거나 보고 시한을 어긴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출처: 식약처·윤소하 의원실)

당시 분석 결과는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 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제조번호 등 기본적인 보고 항목조차 누락하거나, 보고서 제출 시한을 1년 이상 넘기는 등 의료기기 업계와 의료인들의 무책임한 보고 실태가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는 식약처가 이상사례 보고서 내용을 환자와 시민들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제도적 문제도 조명했다. 한국 식약처와는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 해외 주요 감독당국들은 십수 년 이상 수집한 이상사례 보고를 모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누구나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다.

이 같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식약처도 지난 1월부터 홈페이지에 ‘의료기기 이상사례 정보’ 메뉴를 만들어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의료기기의 실제 제품명, 업체명까지 확인할 수 있는 공공 DB가 처음으로 구축된 것이다.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메뉴에서 정책정보 → 의료기기정책정보 → 의료기기 이상사례 정보 순으로 따라가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지점이 많다. 이상사례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군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식약처는 현재 추적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의료기기 52종(1년 이상 인체에 이식되는 의료기기 등)의 이상사례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의 양도 턱없이 적다. 열람 가능한 이상사례 정보는 162건(2019년 4월 18일 기준)에 그친다. 취재팀이 검색한 결과, 지난해 3월 12일자 이상사례 보고가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했던 지난 5년 간 이상사례 보고 내용들은 DB에 포함되지 않았다.

식약처 대변인실 서현옥 주무관은 “2018년 8월 처음 열린 의료기기 이상사례 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심의한 이상사례부터 공개하고 있다”며 “이상사례 공개 시스템을 꾸준히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② 리콜 기록 공개 기간: 3개월 → 영구 공개

▲출처: (구)식약처 ‘의료기기 행정처분 내역 등 공개 기준’

식약처는 그동안 결함이 발생한 의료기기 리콜(회수) 기록을 홈페이지 ‘정책정보 → 위해정보 → 의료기기위해정보 → 의료기기 회수/판매중지’ 메뉴에서 공개해왔다. 문제는 기록 공개 기간이 리콜 종료 시점으로부터 3개월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공개 시한은 식약처의 내부 업무지침 격인 ‘의료기기 행정처분 내역 등 공개 기준’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가 고집해온 ‘3개월 시한부 공개 기준’은 해외 감독당국의 기준에도 맞지 않았다. 미 FDA 홈페이지는 2002년 12월 기록부터, 일 후생노동성PMDA 홈페이지는 2000년 기록부터 공개하고 있다. 식약처 측은 임의로 리콜 기록 공개시한을 정한 이유에 대해 “리콜 기록이 업체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식약처는 2019년 1월부터는 의료기기 리콜 종료 이후 3개월이 지나도 홈페이지에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식약처 홈페이지 ‘의료기기 회수/판매중지’ 화면 캡처)

결국 지난해 11월 뉴스타파 보도 이후 문제의 ‘3개월 시한부 공개 기준’은 폐기됐다. 뉴스타파가 최근까지도 리콜 기록 공개 문제를 취재하자, 식약처는 지난 18일 서면 답변을 통해 “2019년 1월 1일부터는 기준을 변경하여 지속적으로 회수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개선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이 제도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지사항을 게시하거나,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식약처는 홈페이지 DB 상단에 ‘19. 1. 1 회수 보고 건부터 지속 공개’라는 짧은 안내문구를 추가했다.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이미 삭제된 수년치 리콜 기록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취재: 홍우람, 김성수, 김지윤, 연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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