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조류경보제의 개선안을 19일(금) 발표했다. 조류경보제는 녹조(남조류)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경보를 발령하는 제도인데, 발령 기준에 정작 녹조 독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고 물 샘플을 취수구 근처가 아닌 상류에서 채취하는 등 녹조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해 경고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조류 경보제는 일부 개선된 점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21년 환경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수돗물 취수구를 경보지점에 포함시킨다’는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고, 경보지점에 추가된 친수구역의 숫자도 적어서 한계가 큰 개선안이라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녹조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2021년 8월, 낙동강)
취수구 상류 2~4km 채수 유지, 환경부 장관 약속 지키지 않아
뉴스타파는 지난 2021년 여름 낙동강 네트워크와 함께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구 시민 60%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 취수장 취수구 앞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35ppb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측정한 지점의 농도 0.11ppb보다 4천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난 이유는 환경부가 취수구 근처가 아닌 그보다 2~4km 상류에서 물 샘플을 채취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환경부가 녹조 농도를 저평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수구에서 먼 곳을 측정지점으로 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한정애 당시 환경부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2021.10.5)에서 "취수구 위치에서 추가적인 채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취수구 근처가 아닌, 그보다 2~4km 상류에서 물 샘플을 채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녹조 분석에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상류에서 채취해야 경보를 발령하는 데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취수구 근처는 물흐름이 느려 남조류 독소의 농도가 높다. 반면, 환경부가 샘플을 채취하는 상류 지점은 물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독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한강 등 다른 곳에서는 취수구 녹조 측정
취수구를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평가연구과장은 '취수된 물은 정수장에서 독소 검사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축적된 데이터가 상류 측정지점의 것이기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류경보제는 정수장 내 검사와는 목적이 다를 뿐 아니라, 상류 측정지점을 유지하면서 취수구를 새로 측정하면 데이터는 더 늘어날 뿐 줄어들지 않는다.
환경부 논리의 결정적 헛점은 또 있다. 낙동강이 아닌 대청호와 한강 등 다른 수원지에서는 취수구 바로 앞을 조류경보의 측정 지점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독 낙동강에서만 취수구를 측정지점에서 뺀 것이다. 이 방식은 ‘녹조가 심한 낙동강의 취수구 앞에서 측정할 경우 경보 발령이 너무 자주 나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낙동강 녹조 상황을 감시해온 낙동강네트워크는 “현재 채수 후 3일이 지나 분석값을 입력·승인해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빠른 대응을 위해 상류에서 취수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전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녹조는 하류에서 상류로 번질 수도 있는데, 꼭 상류에서 채수하면 경보에 유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녹조가 가득한 금강에서 수상스키를 타고 있다.(2021년 8월)
물놀이 시설 4곳 경보지점에 추가했지만 민간 운영 시설들은 무방비
이번 개선안에서 환경부는 기존 한강 한 곳에 더해 낙동강 3곳과 금강 1곳을 물놀이 경보지점으로 추가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남조류 세포 수가 2만 개 이상일 경우, 물놀이 자제 권고가 홍보된다. 그러나 이 4곳 외에 민간이 운영하는 많은 물놀이 시설은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취약한 상태로 남게 됐다. 특히 영산강은 아예 1곳도 추가되지 않았다. 경계 경보가 내려지는 경우라도 물놀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제'를 권고하는 방식이어서 시민 안전에 대한 고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환경부의 상중하 수심 혼합 채수 방법은 녹조 농도 줄이려는 꼼수"
환경부가 녹조 샘플을 채수하는 방법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환경부는 상수원에서 녹조를 검사할 때 물의 상층, 중층, 하층을 혼합해 샘플을 채취한다. 이 방법은 녹조가 많은 표층만을 채취하지 않고, 다른 층의 물을 섞어 녹조 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실제 녹조 농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녹조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전문가인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녹조 샘플은 수면에서 30센티 사이의 물을 떠서 검사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녹조가 많은 곳을 떠야한다"고 조언했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 전공)도 "녹조는 물 표면에 있는데 상중하로 뒤섞으면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런 방법은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낙동강 네트워크는 '녹조 농도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독소를 조류경보 발령기준에 추가
조류 경보제가 일부 개선된 부분도 있다. 환경부는 개선안에서, 상수원의 경우 대표적인 남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6종을 경보 발령 기준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채수된 물 1ml 안에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6종의 독소 합이 10ppb가 넘거나 남조류 세포수가 10만 개가 넘으면 경계 경보가 발령되고 정수처리가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직접 독소를 측정하는 대신 남조류 세포의 숫자를 기준으로 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직접 독소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간접적이고, 부정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 안전에 무감각한 환경부
녹조 독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시민 안전에 대한 환경부의 불감증을 보여준다. 환경부는 이미 2012년에 녹조 독소를 기준으로 한 경보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정서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언론에 의한 호도 가능성이 있다' 등 전문가들의 우려를 빌미로 남조류 세포 숫자를 세서 경보를 발령하고 독소는 참고만 하는 후진적인 방식을 유지해왔다. 환경과학원은 심지어 2012~2015 기간 동안에는 낙동강에서 채수한 물 속에 녹아 있는 독소만 측정하고 녹조 안에 들어 있는 독소는 측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험 측정했다. 그 결과 ‘낙동강의 녹조 독소는 정량한계를 넘지 않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환경부는 ‘녹조 독소가 식물에 흡수되기도 어려워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녹조현상은 무엇인가' 2016)고 장담했지만 환경단체가 의뢰해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분석한 결과 우려할 만한 독소가 검출됐다. 지난 해 이승준 교수와 김태형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 팀이 낙동강에서 채집한 공기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녹조 독소가 측정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과 대청호를 조사한 결과 공기 중에서 조류 독소가 불검출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거짓 주장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4대강의 녹조 독소 문제는 보 개방을 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계획을 철회했을 뿐 아니라 개방을 해온 보들도 다시 닫겠다고 공언했다. 대표적으로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이후 계속 개방상태를 유지했던 금강 세종보를 5월 초 다시 닫을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녹조 독소 문제는 심각한 양상으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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