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환경부 기만 정책, 조류경보제

2022년 02월 14일 16시 00분

쌀, 배추, 무에서 청산가리 100배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2월 8일 금강의 물로 재배한 쌀과 낙동강 물로 재배한 배추, 무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검출된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는 기준치 이하다. 그러나 4대강 녹조 물로 재배한 다른 먹거리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환경단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프랑스처럼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와 비교하면 기준치의 11배(쌀,배추,무를 같이 먹을 경우)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이번에 우리 주식에서 검출된 독성은 엄중한 경고를 준다.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 농산물에 녹조 독성이 흡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해왔다. 녹조의 독성은 4대강 사업 이후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더 많아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녹조가 더 심해진 것은 맞지만 농작물에 독성이 흡수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환경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녹조 독성에 대한 정부의 부정확한 인식과 미온적인 대처는 결국 우리 주식에서 독성이 검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해도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녹조 독성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마침내 우리 밥상에 오를 먹거리에 녹조 독성이 나오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국민 건강에 해로운 녹조 독을 감시했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감시 역량을 엉뚱한 데 쓰고, 그나마 포착된 문제점도 최대한 물타기해버리는 식으로 녹조 감시 제도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는데도 정부는 외면했고, 어느덧 우리 밥상에까지 올라오게 됐다. 그 녹조감시제도가 ‘조류경보제'다. 
뉴스타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조류경보제 관련 환경부 문서를 입수, 분석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가 처음 조류경보제를 설계할 때부터 녹조가 없는 곳을 모니터링하도록 했다는 것, 박근혜 정부 당시 녹조 독성을 분석할 때 독성의 99%가 들어 있는 녹조 세포 내 독성은 분석하지 않아 독성이 없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 2012년에 정부가 녹조 독성을 기준으로 경보를 발령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지만 언론과 국민의 과도한 우려를 이유로 아직도 독성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남조류(녹조) 세포 수 기준 경보 발령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조류경보제에 대한 취재내용과 함께 공개받은 문서도 공개한다.

수돗물 취수구가 아닌 녹조가 없는 상류에서 측정

2021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하 과학원)이 낙동강에서 측정한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MCs)의 최고치는 0.4ppb(8월 21일, 칠서 경보 지점)였다. 세계보건기구가 설정한 먹는 물 기준치 1ppb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따라서 지난해에는 낙동강에서 녹조 경보가 별로 울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환경단체와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은 낙동강의 녹조 독소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러 곳에서 수천 ppb의 마이크로시스틴(MCs)이 검출됐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뉴스타파가 과학원의 측정팀과 동행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유가 드러났다. 과학원이 녹조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샘플을 뜨는 곳들은 물 흐름이 좋은 취수장 상류 2~6.5km였고, 정작 가장 중요한 취수장 취수구의 녹조는 측정하지 않고 있었다. 과학원 측정 지점 녹조 독소(MCs)와 취수구의 녹조 독소를 비교한 결과 무려 3954배 차이였다. 조류경보제 강정고령 측정 지점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는 0.11ppb였는데 막상 대구 시민 60%가 마시는 물을 취수하는 매곡 취수장 취수구 앞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는 435ppb였던 것이다. 강정고령 측정 지점은 물 흐름이 좋은 강 한 가운데였고 매곡 취수장은 물 흐름이 느린 강변에 위치해 있었다. 강정고령 측정 지점은 매곡취수장에 녹조의 상태를 사전에 알리기 위해 설정한 지점이다. 그런데 이처럼 녹조의 상태가 다르니 경보가 정확할 수 없다.
사진: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 결재한 ‘국가 조류관리 제도개선(안)’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 시절 낙동강 취수장 상류에 취수 지점 선정

뉴스타파는 과연 누가 언제 이런 측정 지점을 설정했는지 알기 위해 이수진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문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원래 환경부는 취수구를 반드시 포함시켜 녹조를 조사하다가 2013년 낙동강에 조류경보제를 시범실시하면서 낙동강에서만 취수구는 제외한 채 취수장 상류에서 녹조를 측정하는 것으로  방식으로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98년부터 상수원수로 이용하는 호소와 한강을 대상으로 조류예보제를 시행해왔다. 환경부가 2008년 발행한 ‘조류예보제 매뉴얼’에는 측정지점 선정 기준으로 ‘상수원수 취수구 주변은 반드시 포함'한다고 돼 있다. 취수구가 가장 중요한 측정지점이라는 것이 매뉴얼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조류예보제가 조류경보제로 바뀐 뒤에도 한강 등 다른 강과 호소의 측정 지점에는 취수구가 포함돼 있다. 낙동강만 취수구에서 수km 상류에 측정 지점이 설정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류경보제가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봤다.
사진: 환경과학원은 시료채수~분석완료 후 통보까지 1.5일이 걸린다며 취수장 상류에 녹조 측정지점을 설정했다.
4대강 사업은 2011년 완공됐다. 이듬해 8월 4대강에 보 16개가 들어선 첫 여름을 맞아 남조류(녹조) 세포수가 조류경보기준을 14배까지 초과하는 등 4대강에 녹조(남조류)가 번성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의 녹조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것이지 4대강 보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유영숙 환경부장관이 방송에까지 나와 그렇게 주장했고, 4대강사업 전도사이자 국립환경과학원장이던 박석순 씨는 “4대강사업으로 오히려 녹조가 줄어들었다”라고 신문사에 기고했다. 
환경과학원은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에 조류경보제를 실시할 것을 논의했다. 낙동강도 한강처럼 상수원으로 쓰고 있으니 녹조의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경보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과학원(원장 박석순)은 ‘녹조대응 TF’를 만들어 제도개선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과학원은 2012년 11월 ‘국가 조류관리 제도개선(안)’을 제출했는데, 이 때 처음으로 낙동강 조류경보제 측정지점을 취수장 상류에 선정한 근거가 나온다. 조류경보제의 측정지점을 취수장보다 2-60km 상류에 설정하면서 과학원이 내세운 논리는 ‘분석과 취정수장 통보에 1.5일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측정 이후 그 물이 흘러 1.5일만에 취수장에 도달할 측정 지점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사진:환경과학원은 취수장까지 1.5일 만에 물이 도달하는 지점을 측정지점으로 선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측정지점-취수장 간 거리는 2km~60km로 큰 차이를 보여서 도달시간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과학원이 내세운 논리는 녹조가 상류에서 발생해 하류까지 비슷한 상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녹조는 수온, 오염물질의 정도, 유속 등 물의 상태에 따라 발생 양태가 다르다는 점에서 이 논리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는 “페놀이나 중금속 같은 것이 상류에서 내려올 때는 오기 전에 알리면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녹조는 다르다.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물이 고이는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페놀 같은 물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보통 취수장은 강의 우안이나 좌안의 물흐름이 느린 곳에 있는데 환경부가 설정한 측정지점은 강 한복판의 유속이 빠른 곳들이다. 이곳은 취수장보다 녹조 발생이 적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의 설명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대구 강정고령 경보 구간에는 3개의 취수장이 서로 떨어져 있다. 고령광역취수장, 문산취수장, 매곡취수장이다. 그런데 측정 지점은 한 곳이다. 이 측정 지점과 취수장들의 거리는 각각 2km(고령 광역), 4.8km(문산), 6.5km(매곡) 떨어져 있다. 분석과 통보에 걸리는 1.5일을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논리는 맞을 수가 없다. 고령광역 기준으로 1.5일이라면 문산과 매곡에는 아직 해당 물이 도착하지 않았을 테고, 매곡 기준이라면 고령광역과 문산에는 이미 지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환경부는 부산경남 5백만 시민에 물을 공급하는 물금 매리 지역 상류 60km지점에 녹조 경보지점을 설정했다가  2018년 부산시의 건의를 받고서야 물금매리 지역 가까이 경보지점을 재설정했다.
낙동강 칠서 경보 지점은 2013년 시행 당시 경남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칠서취수장과 부산 경남의 광범위한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물금, 매리취수장을 모두 관할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칠서 측정 지점에서 칠서취수장까지는 4킬로인데 물금취수장까지는 60km다. 60km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떠서 경보를 하니 맞을 리가 없다. 2018년 낙동강 물금 매리 지역에 녹조가 창궐하고 부산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덕산정수장이 제한급수조치를 검토할 상황까지 간 뒤 부산시상수도본부는 ‘물금 매리 지역에 별도로 경보 지점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환경부는 새롭게 물금매리 경보 지점을 신설해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칠서 지점에서 내려 오는 물이 시간이 너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금 매리 지역에는 물금, 매리취수장 외에도 창암, 원동, 신도시취수장 등 부산 경남지역 5백만 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취수장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환경부의 ‘1.5일 유하시간' 개념을 적용한다면 경보는 지금도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진:호주의 녹조 모니터링 분야 권위자인 버치 교수는 ‘취수구에서 녹조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는 무슨 근거로, 어떤 의도로 취수장의 상류에 경보용 측정 지점을 설정한 것일까? 여러 차례 문의한 끝에 ‘호주의 녹조 모니터링 제도를 참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경과학원은 뉴스타파에 호주의 모니터링 방법을 설명한 자료를 보냈다. 뉴스타파는 해당 자료의 대표 집필자인 마이클 버치(Michael Burch) 호주 아델라이드 대학 교수에게 문의했다. 그런데 버치 교수는 오히려 ‘취수구를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타파에 “대부분의 물 관련 기관은 취수구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취수구가 가장 위험도가 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수구 외에 강이나 호수의 녹조 농도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샘플을 채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은 취수구에서 샘플을 채취한다.“라고 답했다. 취수구가 가장 중요한 샘플 채취 위치이고 상류지점에서는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샘플을 채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과학원이 뉴스타파에 보낸 호주의 자료에도 샘플 채취 지점이 ‘both offtake location and multiple open water sites’(취수구 지점과 다수의 강 지점)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환경과학원은 호주의 모니터링방법에서 강 상류에서 녹조 샘플을 채취한다는 것만 취하고 막상 가장 핵심적인 취수구 지점 샘플 채취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한강을 포함한 호소에서는 취수구 지점에서 녹조 샘플을 채취하고 있었으면서 왜 낙동강에만 해외 사례를 왜곡해 강 상류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제도를 만들었을까?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12년 녹조대응TF팀장 ‘측정지점 수정했어야 하는데 불발'

뉴스타파는 2012년 당시 환경과학원의 녹조대응TF 팀장 이수형 씨(현 상하수도연구과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뉴스타파에 ‘당시 시범운영이었기 때문에 운영 뒤에 취수구 지점을 넣는 등 수정됐어야 하는데 빠지지 않았나 한다'고 답했다. 이 팀장은 당시 박석순 원장 등 상부에서 조류경보제 설계에 특별한 지침을 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환경과학원의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들이 너무 많다. 낙동강의 녹조 측정지점 선정이 매우 낮은 녹조 독소 측정값이 나오도록 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선택이었지만 그것 이외에도 환경과학원은 지속적으로 측정값이 낮아지도록 하는 결정을 했다. 

2013~2015년 녹조 세포 내 독소는 빼고 측정

환경부는 2012년 녹조대응TF에서 설계한 방식대로 2013~2015년 낙동강에 조류경보제를 시범운영한다. 그런데 이 기간에 녹조 독소를 측정하면서 녹조 세포 내의 독소는 빼고 물에 녹아있는 용존독소만 측정했다. 이 사실은 강태구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과장이 확인했다. 그는 ‘시범운영 기간에는 용존독소만 측정했고, 정식 운영(2016년 이후)할 때는 세포 내 독소도 포함해서 총독소를 측정했다'고 말했다. 녹조 독소는 물에 녹아 있는 것보다 녹조 세포 내에 든 것이 훨씬 많아서 세포 내 독소를 빼면 측정값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 전공)는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녹조 세포가 제거되기 때문에 용존독소만 측정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정수 과정에서 세포 내 독소가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세포 내 독소도 측정하는 것이 WHO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미생물 전공)는 “미국EPA는 녹조의 독소 양을 측정할 때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3번 반복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녹조 세포 안의 독소가 빠져 나오도록하기 위해서다. 측정 때 세포 내 독소를 빼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방법으로 측정하면 낮은 측정값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낙동강 시범운영지점 독소 측정 결과'에 의하면 시범운영 3년 동안 녹조독소(MC-LR)를 171회 측정했는데 모두 ‘정량한계미만’, 즉 기기가 측정할 수 있는 값 미만으로 나왔다. 이 기간에도 낙동강에 녹조 발생이 매우 심각했지만 환경부가 운영한 경보제에 따르면 전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2016년 조류경보제 정식 실시…녹조 희석하는 채수 방식 도입

환경부는 3년간의 시범실시 후 2016년부터는 조류경보제를 정식으로 실시한다. 이 때부터는 세포 내 독소도 포함해서 총독소를 측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상쇄하는 변경이 추가됐다. 채수방법을 바꾼 것이다. 이전에는 표층을 뜨는 방법을 쓰다가 이 때부터 상층 중층 하층의 물을 떠서 섞는 방법으로 변경했다.  녹조는 주로 물 표면에 떠 있기 때문에 녹조가 없는 중, 하층과 섞으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상층의 경우에도 물 표면은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조류경보제는 녹조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하기보다 ‘위험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이처럼 녹조 측정값이 낮도록 설계된 경보 제도를 운영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독소가 아닌 남조류(녹조) 세포 수를 경보 발령 기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포 수를 세는 것은 독소를 직접 측정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현미경으로 센 세포수와 독성과의 연관성이 부족하고, 세포수와 물에 있는 개체군 크기의 연관성이 없다.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사진:환경과학원은 2012년 ‘조류독소 중심의 발령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10년 뒤인 지금도 녹조 세포수를 기준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환경과학원 역시 10년 전인 2012년 ‘국가 조류관리 제도개선(안)’에서 ‘조류독소 중심의 발령기준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독소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한 뒤 ‘조류독성 농도를 발령기준 항목으로 설정'한다고 결론냈다. 분석장비 등이 갖춰지면 발령기준을 남조류 세포 수가 아니라 독소 농도로 바꿔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과학원은 세포 수를 세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 국민 불안, 언론 호도 이유로 독소 기준 전환 반대

환경부는 2013~2015년 동안 낙동강에서 조류경보제를 시범 실시한 뒤 2016년에는 정식으로 실시하기 위해 조류전문가 포럼을 만들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전문가 중 일부는 독소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K대 H교수는 ‘국민적 정서와 언론에 의한 호도 가능성을 감안할 때 독소로 기준을 전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고, C대 C교수는 ‘독소에 대한 연구가 안 돼 있어 부적절하다'고 했다. C교수는 ‘낙동강 일부 수역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독소 농도가 1µg/L를 상회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므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지표로 도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류독소 분석 자료를 갖고 있을 경우 언론 및 국회에서 자료제시 요구시 국민에게 공지되어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음'이라고도 했다. C교수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녹조 독성 전문가로 알려져 있고, 환경부 용역을 다수 수행하고 있는 학자다. ‘남조류 세포수는 위해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도 있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조류전문가 포럼 운영을 통한 조류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는 조류독소로 기준을 전환하면  “정수처리로 문제가 되지 않는 남조류 독소에 대하여 국민의 지나친 정서적 불안감을 조성하여 사회경제적 여파를 야기할 가능성 있음.”이라고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녹조의 위험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제도를 왜곡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환경부와 전문가들의 합작품이라고 해야 할 조류경보제는 결국 녹조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못하고 녹조 독성이 우리 밥상에 올라오도록 했다.
지난 해 10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수진의원의 질의에 대해 조류경보제를 바꿀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런데 한 장관 답변 이후 환경부는 다시 전문가들을 모아 조류경보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그 포럼에는 과거 문제성 있는 의견을 냈던 전문가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조류경보제가 수정될지 의문인 상황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녹조 모니터링 방법을 참고했다는 호주의 마이클 버치 아델라이드대 교수는 뉴스타파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세포 수를 세는 방법은 독소를 대신한 지표로 쓰는 것이다. 실제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독소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관들은 독소를 측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물론 세포 수를 세는 방법과 독소 측정 두 가지 다 하는 기관들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독소측정이 더 바람직하다. 측정기술이 더 광범위하게 퍼졌고 또 비용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하수인’...여전히 반성 없는 환경부

이영기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13년 조류경보제를 만들 때 이전보다 기준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장관도 인정한 조류경보제의 문제점을 그는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이영기 실장은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이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녹조 발생이 늘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정부로 바뀐 뒤에는 4대강 보가 물흐름을 정체시켜 녹조 발생이 늘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조류경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물정책을 관장하는 최고위 공무원이다. 한정애 장관은 조류경보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영기 실장처럼 4대강 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그대로 포진한 환경부에서 과연 자신들의 과거 정책을 뒤집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4대강 보 개방’이라는, 과거와는 180도 다른 정책이 시행됐지만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국토부도, 환경부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사과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각 부처가 움직이지 않으면 청와대가 지휘를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결국 환경부는 철저하게 과거 정책을 재검토해 새롭게 출발할 모멘텀을 잃었다. 그 결과가 문재인 정부 5년 만에 우리 밥상에 녹조 독성이 올라오는 사태를 빚었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글 구성이근수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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