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미국인 유족 "삶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2022년 11월 17일 15시 02분
딸이 어느 날 ‘엄마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돼?’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행복해도 돼. 열심히 공부하면 돼. 4년만 우리 고생하자’ 이렇게 답해줬어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해 했던 대학 생활을 1년도 해보지 못 하고 갔네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경찰한테 왜 우리 딸 전화가 거기 있냐 그러니까 ‘이태원 현장에서 습득해서 왔다’(고 해요.) ‘그럼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됐노?’ 물으니까 ‘모른다, 일단 실종 신고부터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실종 신고를 어디로 해야 되냐'고 하니까 전화번호 하나 주더라구요. 거기 전화하니까 또 전화가 안 되더라고요. 나중에 실종자 접수 센터와 연결이 돼서 실종자 신고를 하고, 그때부터 딸을 찾기 시작했죠.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제 동생이 그 병원에 전화를 하니까 류영이가 또 거기에 없다는 거예요. ‘아니, 무슨 소리냐, (경찰이) 여기 있다고 했는데, 그럼 애가 어디로 갔냐’ 그러니까 (병원에서) ‘오지도 않은 시신을 우리 보고 물어보면 어떡하냐’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래요. 그래서 동생이 ‘지금 이태원에서 애들이 다 죽고 사라졌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냐’고 병원 관계자에게 막 다 그치니까 그제서야 ‘(병원) 앞에 여자 시신 2구가 왔었는데 자리가 없어 가지고 안양의 요양병원으로 보냈다’고 하더라고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아이가 죽고 땅바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어떠한 연락도, 전화도 한 통도 주지 않았고요. 참사 다음날 가까스로 전화 연결이 된 경찰도 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닌 거 같아요. 나중에 장례 치르고 딸 유류품 찾으러 가서 알았는데, 참사 당일 우리 영이 휴대폰과 신분증, 카드 지갑은 경찰서에서 갖고 있었어요. 충분히 신원 파악이 가능했다는 건데 우리한테 쉬쉬하고 안 가르쳐 준 거였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애 찾으러 사방팔방 다 다녔고...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희생자 사진도 한 장 없고, 위패도 하나 없는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놓고 대체 어디에다 애도를 표한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평상시 집에서 제사를 지내도 지방을 써 놓고 제사를 지냅니다. 근데 누구한테 애도하는 건지 누구 보라고 그런 분향소를 차린 건지 이해를 못 했어요.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우리 영이 장례식장에 대통령 명의의 근조 화환이 왔는데, ‘윤석열 대통령’ 이라고만 쓰여 있고, 아무런 조의 표시가 없었어요. 우리가 보통 상가집을 가거나 부조를 하면 봉투에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쓰는데 말이죠. ‘아, 이 사람은 정말 상식이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하나도 고맙지 않았습니다.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날, 윤석열 대통령은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하러 가고, 자기 집 이웃에게 떡은 돌리면서도 49재 추모제에는 결국 안 왔잖아요. 그 전날 유가족들이 이날까지는 꼭 사과해 달라고, 마지막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는데...이제는 우리가 사과하라고, 진상 규명을 하라고 해도 안 할 것 같아요. 유가족 말에는 그냥 귀를 닫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비참하고 애통해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우리는 바라는 것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식을 팔아서 장사를 하다니요. |
창원 시민 여러분들도 꼭 징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정미진 씨 기자회견 발언 (2022.12.15)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은 자기가 막말을 해서 유가족에게 욕을 듣는 것보다, 그로 인해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막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말이 사실인 줄 알 거예요. 그런 걸 바로 잡고 싶어서 이렇게 인터뷰도 하는 건데, 바로 잡히지 않고 계속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의 요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가 왜곡되는 현실이 참 속상하네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영이는 저한테는 정말 특별한 딸이었어요. 옷도 같이 입고, 작은 것 하나까지 다 털어놓는 친한 친구이자 남편 같은 딸이었어요. 완전 깔롱쟁이에다 동네 이모들에게도 살갑게 굴어서 인기가 참 많았어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영이 친구들은 재밌는 영상이라고 저한테 보내줬는데, 저는 그 영상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그렇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한 딸이었는데, 결국 국가는 우리 딸을 지켜주지 못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유기묘 고양이를 참 좋아했거든요. 초등학교 때 길에서 비 맞아서 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한 마리 데리고 왔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자기 방에 숨겨 놓고 살살 키우고 있더라고요. 그 고양이를 죽기 전까지 끝까지 데리고 있었는데 걔가 이제 지금 십몇 년이 됐죠. 그 고양이가 아직도 살아있어요. 영이가 그 고양이를 너무 좋아했는데... 이제는 친구가 데려갔죠.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인터넷 뉴스로 참사 당일 사진을 봤는데 기절초풍했어요. 순천향대 병원 바닥에 애들 시신 돌돌 말아 가지고 그냥 줄 세워 놨더라고요. 그 아이들 얼마나 추웠을까요. 엄마들이 그거 다 봤잖아요. 전부 다 통곡을 했을 겁니다. 너무 힘들어 가지고... 그 어디 한 군데 내 새끼가 있다고 생각을 하면 가슴이 터지죠. 지금 어쨌든 빨리 (진상 규명이) 잘 되어서 애들 좋은 곳에 보내주고, 추모 공간이라도 있어서 애들 외롭지 않게 다 같이 간 애들 한 군데 모여서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정미진 / 고 노류영 씨 어머니
보고 싶은 영아, 사랑하는 영아.
아직도 엄마 귀에는 ‘엄마, 딸내미 안 보고 싶나?’
'사랑하냐'고 몇 번을 묻고 또 묻고 하던 그런 내 새끼 목소리가
아직도 엄마 귀에는 생생하단다. 언제 다시 내 새끼 볼 수 있을까.
이제는 보내줘야 한다는데 밤이 되면 더 생각이 나서 어찌할까.
이모들 삼촌들 모두 모두 엄마 걱정에 찾아오지만
네가 없는 지금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질 않는구나.
류영아, 사랑하는 내 새끼야. 너는 천사 같은 천사, 선녀였다.
그곳에서는 아프지도 말고, 여기서보다 더 예쁘게 행복하게 살아 줄래?
엄마 소원이란다. 마지막 엄마 소원을 꼭 들어주라.
엄마 딸로 와 줘서 너무 행복했다.
고마웠다. 너무 너무 사랑한다.
-엄마가-고 노류영 씨 어머니 정미진 씨가 쓴 편지
촬영 | 신영철, 이상찬, 김기철 |
편집 | 정애주 |
CG | 정동우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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