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국회 ③여성 공천 30%...더 나은 민주주의의 시작

2024년 02월 29일 20시 00분

국민 50%에 해당하는 여성을 국회의원 정수의 19%에 해당하는 여성 의원들이 대표할 때 여성 관련 법안들이 어떻게 소외되는지, 또 여성 법안이 소외될 때 여성들의 삶은 어떤 고통 속에 놓이게 되는지 확인했다. 해결 방법은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 뿐이다. 
여성이라서 저는 정치하면서 참 하고 싶었던 말이 '나도 아내가 필요해. 나도 남자 정치인들처럼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남자 정치인들은 아내가 다 해주잖아요. 밥하고 빨래하고 애들 챙기고 김밥 싸서 애들 소풍 보내고 이런 거 다 아내가 해주고. 그런데 우리 여성 정치인들은 그런 거 다 하고 남자 정치인만큼 해야 되잖아요. 정치인만 그런가요? 직장 생활하는 모든 직장 맘들이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이혜훈 / 국민의힘 예비후보자
이번 22대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예비후보자는 모두 243명으로 남성 1343명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월19일 통계 기준).
국민의힘의 김효은 영어강사 영입 환영식과 더불어민주당의 전은수 변호사 영입 환영식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표를 의식해 유력 정당들마다 여성 인재를 영입하고 여성의 표심에 호소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에게 지역구 공천을 주는 데는 인색하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두 거대 정당이 여성에게 공천을 준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32곳, 국민의힘 26곳으로 전체 253개 지역구의 각각 13%와 10%에 불과했다.
여성이 지역구 공천을 받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40년간 여성문제를 연구해 온 김원홍 건국대 시민정치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남성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회의원을 3차례 역임한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도 '남성 보스' 중심의 정치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우리나라 유력 정당의 남성 보스들은 자신의 계파를 강화하기 위해 여성보다는 충성심 높은 남성 정치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권고조항이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유력 정당의 당헌에는 여성 30% 의무 할당 조항이 명문화돼 있다. 정당에서 당헌은 헌법과 같은 권위를 지닌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문화된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당헌에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을 30% 공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두 당이 당헌대로 30% 여성 할당을 지킨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년 동안 치러진 5차례의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은 여성 후보는 미약하지만 꾸준히 늘어왔다. 그리고 여성 후보자의 절반 정도가 국회에 입성했다.
16대부터 21대 총선까지 두 거대 정당이 낸 여성후보자의 절반 정도는 항상 국회에 입성했다. 만약 이번 22대 총선에서 두 거대 정당이 여성 30% 지역구 공천 당헌을 지킨다면 지역구에서만 76명 정도의 여성 당선자를 내게 된다.
만약 두 유력 정당이 지역구 여성 할당 30%를 지킨다면 지역구 253개의 30%인 76곳에서 각각 여성 후보자가 76명씩, 두 당을 합해 총 142명의 여성 후보가 나오게 되고 이 가운데 절반인 76명은 국회 입성이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례대표 20여 명을 합치면 100명에 육박하는 여성 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그만큼 총선에서 여성 30% 할당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여성 30% 공천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모두 6건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 수순을 밟는 등 여성 정책이 퇴조하면서 여성 30% 할당 같은 논의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회의장 산하에 설치된 '성평등 국회 자문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여성 30% 할당 의무화 결의안도 사소한 입장 차이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반면 지역구에 여성을 30% 이상 공천해야 받을 수 있던 여성추천보조금 제도는 여성 공천을 10%만 넘겨도 차등지급 받을 수 있도록 여야가 정치자금법을 합의해 통과시켰다. 지난 총선에서 여성 30% 공천을 달성한 국가혁명배당금당이 8억 4천만 원의 여성추천 보조금을 타가자 제도 악용을 우려해 법을 개정했다지만 여성 공천 의무화법안 개정에는 인색했던 두 거대 정당에 대해 여성계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역구 선거에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넘지 않도록 할당제 의무화 법안을 만들 것을 권고하고 각 정당에는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를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정당들은 권고안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무화 법안은 사실상 물건너 갔고 직급별 성별 통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가 자체적으로 확인해보니 지역구에서 여성이 위원장을 하고 있는 비율은 국민의힘이 12%, 민주당은 13%에 그쳤다. 녹색정의당은 34%였다.
지역구 여성위원장의 비율은 국민의힘이 12%, 더불어민주당이 13%, 녹색정의당 34%였다.
뉴스타파가 이번 총선에서 당헌대로 지역구 여성 후보자를 30% 이상 공천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당은 "모르겠다"고 답했고 녹색정의당은 45%, 새진보연합은 30%, 진보당은 44%의 여성 후보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여성 30% 공천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회의 성평등이 여성의 권리 신장에 기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은 "여성 의원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방향으로 정치의 방향성이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 예산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 순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유럽 같은 경우는 프랑스와 스페인, 벨기에 같은 나라가 할당제에서 그 다음 단계인 남성 50% 여성 50% 동수제로 넘어가고 있고 남미에서도 멕시코, 에콰도르 등 8개국이 동수제를 하고 있다. 여성의 비율이 의회의 절반 정도는 돼야 저출산 문제라든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대부분 짊어지고 있는 노인 케어 등의 문제에 있어 근본적인 대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여성 대표성을 높이게 되면 국회가 국민을 더 잘 대변할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더 나은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성 30% 공천은 그 시발점이자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필수 조건이다. 
<'다양성 국회'를 위한 특별 페이지>에서 각 정당의 여성후보자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pages.newstapa.org/2024/dashboard/
제작진
촬영이상찬 오준식 신영철 김희주
편집장주영
CG정동우
제작송원근, 박종화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