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뉴스타파 YTN 공동취재]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해외 출장…제도 개선 시급

2019년 11월 06일 08시 00분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공무출장을 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출장 경비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의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출장과는 달리 정당 당직자들의 출장보고서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YTN, 그리고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각 정당들의 해외출장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입수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거짓, 표절, 엉터리 출장보고서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정당 당직자들의 외유성 출장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YTN은 오늘(11월 4일)부터 주요 정당 당직자들의 해외출장 비리 실태를 공동 보도한다. - 편집자 주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해외 출장…제도 개선 시급

“더 큰 걸 취재하시죠.”

“머슴들 쫓아다니지 말고, 큰 걸 취재하시죠.” 외유성 해외 출장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느 야당 정책연구위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스스로를 머슴으로 지칭한 것은 겸손했으나, 정작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공당의 당직자이자, 별정직 공무원이다. 세금으로 월급 받고 세금으로 해외 출장 떠난다. 주인은 세금 낸 국민이다. 머슴이 주인 돈을 그렇게 함부로 썼다면, 경을 칠 일이다. 아마도 그 정책연구위원은 언론이 ‘거악 척결’에 힘 쓸 일이지, ‘왜 힘없는 우리의 작은 흠결까지 뒤지느냐’고 나름의 억울함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취재력의 효율적 배분을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뉴스타파와 YTN 공동취재팀은 그들의 예산 낭비 행태를 덮어도 되는 ‘작은 흠결’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주는 환유법처럼, 그들의 ‘황당한 해외출장’은 국회 권력이 여전히 감시받지 않는 성역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출장 보고서에는 레알 마드리드 ‘인증 샷’

국회는 2016년부터 국회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의 해외 출장을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 예산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는 2천 8백만 원 정도가 배정됐다. 국회사무처는 교섭단체가 출장 계획서를 내면 돈을 준다. 교섭단체 정당별로 나눠먹기식이다. 꼭 출장자가 정책연구위원이 아니어도 된다. 연말에 예산이 남으면 정당 당직자 누구나 출장계획서를 내고 나갈 수 있다. 

출장계획서 검증은 없다. 사전 심사도 없다. 돌아오면, 보통 15일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계획대로 다녀왔는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보고서가 다른 자료를 ‘복붙’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15장 정도만 채우면 되지만, 4-5장에 불과한 경우도 허다하다.


가령 이런 결과보고서도 있다. 2016년 옛 국민의당 정책연구위원들이 일본 출장을 다녀 온 뒤,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보고서의 일부다, 특별히 파란색으로 색칠해놓은 글귀를 읽어보라.

해결책으로 톱다운의 변혁과 보톰업의 변혁 2종류가 있는데,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이 대기업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거나 도요타가 2050 탄소프리를 말하고 있다. 주민이 이러한 움직임에 캐치볼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슨 뜻인지 수십번 읽어도 해석이 불가하다. 외국어 문장을 구글 번역기로 돌려도 이런 식의 비문은 잘 나오지 않을 정도다. 정책연구위원은 “"일부는 자신이 작성했고, 다른 위원들의 글을 취합해 제출했다. 당시 일본 정부 자료를 직접 번역해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이 결과보고서에 올린 레알마드리드 인증샷

더불어민주당 한 정책연구위원은 스페인에 가서 레알마드리드 홈구장 ‘인증 샷’을 보고서에 올렸다. 어느 야당의 정책연구위원은 삿포로에서 구경한 오타루 운하 사진을 실었다.

그나마 직접 찍은 사진이면 성의라도 있다. 한국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긁어다 붙이고, 한국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출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사 사진을 복사해 붙이는 등 보고서는 그야말로 ‘엉터리’다.

국회라는 성역 속 부조리의 단면



그렇다면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어떨까? 행정안전부는 공무국외여행 지침을 만들어 일선 부처에 적용한다. 지침은 꽤나 구체적이어서, 목적과 일정, 참가자, 비용 등의 적정성을 엄격히 따진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

인사혁신처 심사위원회 심사기준을 보면, 국외 출장 이외 다른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가장 먼저 그리고 반복적으로 묻는다. 자료 수집이 목적이라면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지도 따진다.

▲ 인사혁신처의 공무국외여행 심사기준

출장 결과 보고서는 국외출장연수시스템에 올린다. 계획서도 같이 올려 제대로 다녀왔는지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내용은 모두 공개된다. 국민 누구나 접속해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

▲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사진

그러나 국회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들은 그러지 않는다. 국회는 성역으로 치부됐다. 뉴스타파와 YTN이 공동취재한 이번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은 작은 흠결이 아니라, 그 성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부조리의 단면이다.

도쿄에서 5박 6일 도서 쇼핑

▲ 2016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위원이 일본 출장을 다녀온 뒤, 구입한 도서를 출장 결과보고서에 올려놨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2016년 한 정책연구위원은 일본 도쿄로 혼자 5박 6일 출장을 떠났다. 일본의 전문 서적을 사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출장 보고서는 도쿄 서점거리에 산 책 목록이 사실상 전부다. ‘죽도밀약’, ‘사상지도’, ‘정치가의 속사정’, ‘감정표현사전’ 등인데, 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검색했더니, 모두 주문이 가능했다.

그 정책연구위원은 “책은 직접보고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 등 자료 수집 목적의 공무 국외출장은 교육부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공개된 출장계획서와 보고서를 보면, 비석의 탁본이나 대학 도서관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고문서 등을 확보하거나 복사해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책을 굳이 해외에 나가 쇼핑하는 경우는 없다.

세금으로 해외여행 떠난 행정보조요원들

‘묻지마식’ 해외출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2017년 겨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책연구위원이 아닌 교섭단체 행정보조요원(9급) 단 둘이 싱가포르에 가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2017년에는 국민의 당 정책연구위원들이 도쿄에 가면서 행정보조원 둘을 데리고 갔다.

행정보조요원은 정책 개발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을까? 정당들의 해명은 자백 수준이다. “고생 하니까, 동료애가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한 거죠." "솔직히 말하면 그냥 수고했다고 보내 준 거에요. 정당에서 애들 (행정보조요원) 공부도 시키고…."

직급 낮은 직원 살뜰히 챙기고 공부까지 시켜주는 동료애는 훈훈하나, 국민 세금으로 할 일은 아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 대표는 “교섭단체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특히 자료조사로 볼 수 없는 외유성 해외 출장의 경우는, 정당이 출장비를 반납해야 한다.” 고 말했다.

https://moneytrail.newstapa.org


제작진
  • 공동취재
  • 공동기획
  • YTN(홍성욱, 한동오, 고한석, 이정미) 뉴스타파(강혜인, 임보영, 박중석)
  • 뉴스타파,YTN,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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