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9월 7일, 공직자들의 재산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보에 공개됐다. 이후 30년 동안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고, 공직 기강과 윤리를 바로잡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뉴스타파는 재산 공개 30년을 맞은 올해, <뉴스타파 공직자 재산 정보>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30년간 공직자 재산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공직자 재산 30년 치 자료를 바탕으로 공직자들의 계층 변화의 양태와 이들의 재산 축적과 형성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회·경제적 함의를 추적해 연속 보도한다. - 편집자 주
뉴스타파가 지난 30년(1993~2023년) 중앙정부 소속 장·차관급 공직자 재산을 분석한 결과, 역대 정부 중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급 공직자들의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 총액은 평균 33억 원이었다.
장·차관급 정부 인사 재산: 10억 → 33억 원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1급 이상 공직자들은 재산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장차관, 국회의원 외에도 중앙부처 실장급 공무원이 포함된다. 뉴스타파는 1993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30년 동안 역대 정부의 장·차관급 이상의 중앙정부 공직자들만 따로 뽑아 재산 총액을 분석했다. 최고위급 공직자들인 이들이야말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장차관급 이상 정부 인사 평균 재산총액
뉴스타파 분석 결과,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은 1993년 김영삼 정부 10억 원에서 2023년 윤석열 정부 33억 원으로 늘었다. 전체 고위공직자 평균 재산이 9억 원 늘어난 것(1993년 13억원 → 2023년 22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증가 추세다.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기간 동안 약 10억 원 선에서 유지됐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매년 증가해 평균 21억 원까지 늘었다가, 다시 이명박 정부에서 조금씩 감소해 13억 원까지 감소했다. 장·차관급 공직자들의 재산은 이후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에 다시 늘어나 평균 23억 원에 이르렀고,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는 33억 원까지 올랐다.
윤석열 정부 장·차관급 재산, 전체 공직자 재산의 1.7배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시기, 정부 인사들의 재산을 직접 비교하기는 조심스럽다. 시기마다 집값 등 물가 수준이 다르고, 화폐 가치가 변동되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시기에 집값이 크게 올라 공직자들의 재산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면,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도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이때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이 다른 시기 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해당 정권이 특별히 부자를 선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변수를 감안해 각 연도마다 차관급 이상 정부 주요 인사들의 재산 중앙값을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재산 중앙값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역대 정부의 장차관 인사들의 재산을 분석했다. 중앙값은 분석 대상 공직자들을 재산액수가 많은 순서대로 줄세웠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재산 총액이다. 일부 수백 억대 부자 공직자로 인해 전체 공직자의 재산 평균값이 커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평균이 아닌 중앙값으로 분석했다.
▲ 전체 재산공개자 대비 차관급 이상 공직자 재산 배율
재산공개 대상인 전체 공직자 재산에 대한 장·차관급 공직자들의 재산 배율에 대한 분석 결과,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는 대체로 1에 가까운 수치가 유지됐다. 즉, 2007년까진 전체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들의 재산 수준과 장차관급 이상 최고위 공직자의 재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 배율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1.3 수준으로 조금 올랐고,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대체로 1.3배 수준으로 평행선을 그렸다. 이 시기 장차관급 이상 인사들의 재산은 전체 재산 공개 대상 공직자들에 비해 30% 정도 재산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첫 해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을 전체 공직자 재산과 비교했을 때, 그 재산 배율은 1.7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 첫 해 장·차관급 인사들의 재산이 그해 공개한 다른 공직자들보다 70% 가량 재산이 많은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의 재산을 살펴보면, 부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3년 정기공개에서 재산을 공개한 윤석열 정부 장·차관급 인사 중 재산총액이 50억원을 넘는 자산가는 모두 15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산이 50억원 넘는 장·차관급 인사는 매년 5~6명이었고, 다른 정부에서는 더 적었다.
▲ 재산총액을 50억원 이상 신고한 윤석열 정부 차관급 이상 공직자 명단
장관급 재산 1위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2위 이종호 현 과기정통부 장관
역대 장관급 인사 중 재산이 가장 많았던 공직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이다. 진 전 장관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2006년 신고한 재산 총액은 165억 8천만 원이었다.
▲ 1993~2023 장관급 인사 재산총액 상위 10명
2위는 현직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이종호 장관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출신으로 주로 반도체 관련 특허 수입을 통해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이 장관은 재산으로 148억 7천만 원을 신고했다.
3위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배우 출신인 유 장관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121억 7천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유 장관은 올해 다시 한번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13년 전보다 41억 원 늘어난 162억 원을 신고했다.
역대 장관 재산 순위 10위권에 포진된 장관급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4명, 윤석열, 문재인 정부 각 2명, 이명박 정부와 황교안 권한대행 1명 씩이다.
현 정부 인사로는 한덕수 총리가 8위에 포함됐다.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4억 8천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2023년에는 85억 2천만 원을 신고했다. 15년 동안 약 60억 늘어났다. 한 총리는 공직을 떠나 있던 시기에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약 18억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