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감전돼 죽었다"... 대우조선 '미규명' 사망 산재

2022년 12월 09일 18시 54분

2년 전 초겨울 어느 날, 한 가장이 일터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의 나이 59세. 여행을 좋아해 계절마다 아내, 아들, 딸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다녔던 그는 세상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그는 한겨울이 오면 또다시 가족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가족 곁을 떠났다. 
그는 용접공이었다. 30년 경력의 숙련공이었다. 하지만 평생의 업이었던 용접 작업을 하다가 일터에서 감전됐고, 의식을 잃었다. 그 뒤로 열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2021년 11월 1일 결국 사망했다. 지난 2020년 12월 8일,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에서 선박 용접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하청노동자 고 김도영 씨의 이야기다. 
김 씨가 사고를 당한 곳은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 조립5공장 안의 한 블록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안전 관리 주체인 하청업체와 대우조선 모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가 작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건 맞지만, 작업 환경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씨가 사고를 당한 지 오늘로 만 2년이 됐지만, 아직도 사고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아무런 지병이 없던 고 김도영 씨. 평소처럼 출근했고, 일했고, 그러다 심정지가 올 정도의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결국 사망했다. 이 과정에 원청인 대우조선과 하청업체는 책임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김도영 씨는 대체 왜 일을 하다가 감전이 됐을까. 뉴스타파가 고 김도영 씨 사고의 전말을 취재했다.
고 김도영 씨 가족 사진

경력 30년 베테랑 용접공의 죽음

고 김도영 씨는 경력 30년의 베테랑 용접공이었다. 오랫동안 전남 광양의 한 조선소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 2020년 9월, 대우조선의 한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위험하니 다른 일을 해보라”는 아내의 만류에도 용접하는 일을 놓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했다. 
자기 외삼촌이 조선소를 했어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학교, 대학 가려고 거기 가서 용접 배워서 대학 자금 마련하고 이런 사람이거든요. 저는 남편이 하는 일이 위험해 보여서 다른 사업을 하라고 말렸는데, 남편은 늘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어요. 남편이 다닌 하청업체의 부장님도 ‘남편이 일은 잘하시더라’고 하더라고요. ‘남들이 엉망으로 해놓은 작업을 본인이 다시 고쳐놨다.’ 이러면서…그 일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고 김도영 씨 아내
김도영 씨가 입사한 지 3개월쯤 지난 2020년 12월 8일, 사고가 났다. 선박 용접 작업을 하던 김 씨가 갑자기 작업장에서 쓰려졌다. 김 씨의 10m 뒤편에서 용접하고 있던 동료가 김 씨를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안전모가 절반쯤 녹아버린 상태였다. 심각한 화상 사고였다.
용접하다가 갑갑해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때 타는 냄새가 나서 주변을 좀 둘러보다 보니까 불이 보여서 가까이 가서 보니까 머리 헬멧 쪽에 불이 붙은 채로 누워 계셨어요.

고 김도영 씨 최초 발견자
고 김도영 씨가 실제 썼던 안전모(위쪽)와 발견 당시 모습을 재연한 장면.
고 김도영 씨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다. 사내구조대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심장박동은 돌아왔지만, 이미 심정지가 30분 넘게 지속된 상황. 뇌가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김 씨의 가족들은 처음에는 화상 사고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김도영 씨의 몸이 가리킨 사고 원인은 단순한 화상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겉살만 벗겨졌던 김 씨의 손이 시간이 갈수록 타들어 갔다. 점점 뼈까지 까맣게 변해갔다. 
고 김도영 씨가 용접기를 잡았던 손. 손가락이 뼈까지 까맣게 타들어 간 모습이다. 
경상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베스티안부산병원 등 고 김도영 씨를 진료한 주치의 3명은 “감전”이란 소견을 내렸다. 김 씨를 가장 오랜 기간 치료한 베스티안부산병원의 주치의 김성호  씨는 “전기에 의한 심장마비와 그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통 일반적으로 화상은 열이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괴사가 피부부터 진행을 해요. 제일 심한 것도 먼저 보이는 것도 조직이 먼저 손상이 되고 점점 깊어지는데, 감전이라고 하는 화상의 기전이 뼈를 통해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화상의 깊이보다는 오히려 뼈와 인접한 근육과 근육 안에 혈관들의 손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피부가 괜찮아 보이더라도 골 괴사가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제 보통 미라처럼 된다고 하는데 혈관 손상, 동맥 손상이 진행돼서 동맥이 막히죠. 김도영 씨가 그런 경우로, 결국은 팔이 말라서 죽어버린 상태였어요.”

김성호 / 고 김도영 씨 베스티안부산병원 입시절 주치의
사고 초기 김 씨를 치료한 경상대병원의 주치의도 “감전에 의한 심정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가면 어디로 빠져나가거든요. 전기가 보통 들어가는 입구랑 출구가 따로 있어요. 저희가 추정하건대 (전기가) 손으로 들어가서 얼굴로 나온 걸로 추정이 되고요. 이 과정에서 전기가 심장을 관통하기 때문에 심정지가 생기는 거예요.

고 김도영 씨 경상대병원 주치의
고 김도영 씨가 입원했던 베스티안부산병원 주치의 소견서 내용

고 김도영 씨 몸에 남은 ‘감전’의 흔적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일하다 감전이 됐을까. 김 씨가 일했던 작업장에서 전기가 통할 곳은 용접기 토치 팁의 와이어뿐이다. 김 씨가 사용했던 용접기는 ‘CO2(이산화탄소) 용접기’였다. CO2용접기는 이산화탄소를 뿜으며 작동한다. 이 때문에 고 김도영 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두 가지 경우를 추측했다.
하나는 고온의 열이 방출되는 용접 과정에서 김 씨의 손에 땀이 났고, 이로 인해 용접기 전류에 감전돼 의식을 잃었을 경우. 다른 하나는 김 씨가 작업 도중 이산화탄소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뒤, 계속 작동된 용접기 전류에 감전돼 심정지가 왔을 가능성이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사고는 전에도 있었다. 1996년 밀폐된 공간에서 CO2 용접을 하던 노동자 11명이 이산화탄소 누출로 모두 질식사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고 김도영 씨는 사고 당시 비좁은 선박 구조물 안에 누워서 용접하는 자세로 발견됐다. 대우조선에서 오랜 기간 용접 작업을 했던 노동자들은 김 씨가 이산화탄소에 질식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고 김도영 씨 사고 당시 상황을 재연한 모습(왼쪽)과 고 김도영 씨가 발견된 장소 사진 (출처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용접하는 사람들은 이 사고 내용을 듣자마자 질식해서 사고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CO2 가스로 인해 잠시 의식을 잃으시고, 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용접이 계속돼서 화상 그리고 감전 사망으로 돌아가셨을 거라고 용접하시는 분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들 용접하면서 질식의 위험성을 경험했던 일들이 있으니까요.

 이산화탄소는 바닥에 고이는 특성이 있는데, 김도영 씨가 했던 작업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자세로 해야 하는 하부 용접이었어요. 그 작업을 하다 보면 숨 쉬는 공간에 가스가 많이 차게 되죠. 용접과정에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도, 한 번씩 숨을 쉬다 보면 CO2 가스가 확 들어와서 숨이 탁탁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유최안 /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20년 경력 용접공)

닫혀 있던 공장 문, 비좁은 블록 안, 그리고 CO2 용접기

고 김도영 씨가 용접 작업 도중 먼저 감전돼 의식을 잃었든, CO2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뒤 감전이 되었든, 두 가지 경우의 수 모두 책임은 회사에 있다. 대우조선 작업환경에 대한 책임 주체는 원청인 대우조선이다. 노동자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은 하청업체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인 대우조선은 환기를 통해 용접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통풍이 충분하지 않은 장소에서 용접작업을 시킬 때,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환기를 통해 적정 공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밀폐구역의 경우, 감시자를 배치해 지속적으로 위험 상황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른 밀폐구역은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곳이다. 하지만 고 김도영 씨가 일한 작업장은 산소 농도와 무관하게 자연 환기가 잘 되는 곳이라는 이유로 밀폐구역에 필요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씨가 일한 작업 장소는 실제 자연 환기가 잘 되고 있었을까. 대우조선의 작업환경을 잘 알고 있는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조합의 김정열 전 부지회장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장소였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조립5공장의 외부 사진을 보면 출입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 있다. 비, 바람 때문에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수시로 문을 닫아뒀다. 올해 김 전 부지회장은 이 문제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 전 부지회장은 “회사는 수시로 닫았던 출입문과 창문을 노조의 검찰 고발 이후에야 열었다”고 했다. 
고 김도영 씨 사고가 난 후의 대우조선해양 조립5공장의 모습. 자연환기를 위해 설치된 출입문과 창문이 2022년 이전(왼쪽)에는 상시적으로 닫혀 있었다. 
특히 조립5공장 안의 김 씨가 작업한 구역에서는 용접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접흄과 같은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가 일한 구역의 3년치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보면, 매년 흄이나 분진이 법적기준치를 2~3배 이상 초과했다. 김 씨가 숨진 2020년 하반기에는 약 4배를 초과했다. 용접흄은 용접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 입자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 물질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대우조선이 1년에 두 번 작업 환경 측정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할 때마다 용접 흄이나 분진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어요. 그만큼 작업장의 환기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죠.

김정열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
고 김도영 씨가 작업했던 대우조선해양 조립5공장-3BAY의 용접흄, 분진 등의 농도를 측정한 작업환경측정결과표

대우조선과 하청업체 모두 “재해와 작업환경은 무관” 주장

하지만 대우조선과 하청업체는 고 김도영 씨 사고에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노동부 재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건 아니”라면서도 “작업환경과 재해는 관계없는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 김도영 씨가 일했던 하청업체 측은 사고 원인을 개인의 질병 탓으로 몰아갔다. 산업재해를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에도 “감전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서를 냈다. 김 씨가 일했던 하청업체 대표 장모 씨는 “멀쩡한 사람도 갑자기 일하다 심정지가 오는 경우가 많다. 김 씨도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작업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업환경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말과 다르게, 김 씨의 의료기록에는 기저질환이 적혀 있지 않았다. 동아대병원 주치의 소견서에도 “심장문제에 의한 심정지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기화상에 의한 혼수상태”라고 적혀 있다. 김정열 전 부지회장은 “개인 질병이 확인된 바 없는데, 계속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감전과 질식 가능성 모두 없다”...노동부의 면죄부

원청인 대우조선과 하청업체가 이렇게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부와 경찰의 합동 조사 결과 때문이다. 
김 씨가 사고를 당한 직후 김 씨의 가족들은 사고 원인을 알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 조사를 위해 노동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2020년 12월 11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 거제 경찰서 등 3개 기관이 합동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합동조사단은 고 김도영 씨를 치료한 주치의 소견, 용접 환경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감전도 질식도 아닌 원인불명의 사고라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과 안전보건공단 등이 공동 조사한 고 김도영 씨 사고조사의견서 내용
뉴스타파가 입수한 노동부 통영지청과 안전보건공단, 거제경찰서의 공동 사고조사의견서에는 고 김도영 씨의 작업 환경에 대해 “감전 위험이 극히 희박하고, 건조상태에서 감전이 되더라도 직류 66V밖에 안 되기 때문에 중태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또 “재해장소의 한쪽 면이 전체 개방돼 있고 두 개의 열린 맨홀이 있어 질식 가능성도 낮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대우조선 사업장의 안전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 김도영 씨의 주치의였던 김성호 씨는 아무리 저압 전류라고 해도 충분히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압이든 저압이든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 다쳤냐, 얼마나 오랫동안 전기에 노출됐었냐, 이런 게 오히려 예후에 더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봐도 저압 전기에서 사망자가 더 많다고 나옵니다.”

김성호 의사 / 사고 당시 김도영 씨 주치의
대우조선 작업장의 환기 불량을 주장했던 김도영 씨의 동료들도 노동부 조사의견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고 조사 의견서에 보면 홀이 벽면에 있거든요. 그리고 고 김도영 님이 작업하던 자세보다 머리 위쪽에 있고 또 같은 라인에 있지 않고 옆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작업공간이 실외가 아닌 실내였고, 환기가 되지 않고 출입문이 닫혀 있는 공장 안 블록에서 작업하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연적으로 공기가 흐르거나 하지는 않는 상황이었고요. 더욱이 이산화탄소가 밑으로 가라앉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누워서 작업하던 고 김도영 씨가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에 노출됐는가는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질식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김정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
▲고용노동부 통영지청과 안전보건공단이 함께 조사한 사고조사의견서에 담겨 있는 고 김도영 씨 작업 구역 설명. 환기를 위해 설치된 맨홀이 고 김도영 씨의 머리보다 약 1m가량 위쪽에 위치해 있다. 
사고 초기부터 노동부 조사과정을 지켜봤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유최안 부지회장은 노동부 조사 자체가 허술하게 진행된 데다, 실제 대우조선에서 용접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김도영 씨 사고의 원인을 회사에서는 ‘알 수 없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용접하는 사람이 봤을 때는 사고 원인이 명백하거든요. 고 김도영 씨를 진료한 의사도 밀폐 구역이라는 게 (맨홀) 구멍의 숫자가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스가 고이냐 안 고이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요. 그래서 사고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누워서 용접하면서 산소농도 측정을 하자고 주장했던 거죠. 그런데 노동부는 실제 용접 노동자들이 요구한 조사는 하지도 않고, 작업환경과 재해는 무관하다는 회사의 주장만 받아들인 거라고 봐요.

유최안 /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20년 경력 용접공)

근로복지공단 오락가락 판단…결국은 반쪽 산재 승인

노동부가 “감전과 질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고 김도영 씨 가족은 산재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고 초기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이하 통영지사)는
감전에 따른 허혈성 저산소성 뇌병증, 심근경색, 심정지 등 여러 상병을 배제한 채 ‘화상’만 산재로 승인했다. 감전 가능성을 따지기 위한 현장 조사를 해달라는 김도영 씨 측의 요구를 무시하고, 상급 기관인 노동부 의견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후 부산 병원의 주치의가 근로복지공단 부산북부지사(이하 북부지사)에 김 씨의 누락된 상병으로 추가 산재 신청을 했다. 북부지사는 작년 4월 ‘화상’에 이어 ‘감전’까지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같은 사람을 두고 통영지사와 북부지사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고 김도영 씨 가족들은 각 공단에 항의하며 재심사를 요구했다. 감전이 산재로 인정된 만큼 감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진단된 저산소성 뇌병증 등도 다시 산업재해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김도영 씨의 재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와 부산 북부지사는 김 씨의 '감전'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은 유족의 입장과 달랐다. 오히려 기존에 승인했던 ‘감전에 의한 화상’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북부지사는 감전을 산재로 승인하고 7개월이 지난 올해 1월, 돌연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자문의사회는 3개월여 심의한 끝에 고 김도영 씨 사망 넉 달 후인 올해 3월, ‘감전에 의한 화상’을 유지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김도영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요 요인인 저산소성 뇌손상과 심정지 등은 결국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나머지 상병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12장이나 되는 장문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복잡한 설명이 잔뜩 들어 있지만, 요약하면 “재해자의 감전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고압의 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산소성 뇌손상과 심정지는 재해 경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고 김도영 씨의 산재 신청을 대리했던 김승재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상급 기관인 고용노동부 눈치를 보느라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도영 씨 발병의) 경우의 수는 CO2 가스를 먼저 마셔가지고 저산소 뇌병증이 와서 감전이 일어났든, 또는 감전이 와서 심정지 후에 저산소증이 왔든 이렇게 해도 이 병이 야기될 수 있고 저렇게 해도 이 병이 야기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처음에는 감전도 부인하고, 상급기관인 노동부 의견을 따르다가 결국에는 '그래, 그럼 감전까지는 인정해줄게, 하지만 감전 때문에 당장 사망하게 됐다고 가정하기 어려우니까, 나머지 상병은 안 된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의사들은 감전 때문에 저산소증이 왔다는데, 근로복지공단 의견만 달라요. 그러니까 우리가 답답해서 미치죠. 고 김도영 씨가 대우조선 안에서 작업하다가 감전됐는데, 어디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았겠습니까? 전기 통할 때가 거기밖에 없는데…  그럼 당연히 그로 인해 수반된 상병들도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어야죠.

김승재 / 고 김도영 씨 산재 신청 대리인

노동부 통영지청 재조사 착수했지만...1년간 조사 방법 검토만

결국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고 김도영 씨가 감전을 당해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 뿐이다. 비좁은 선박 구조물 안에서 왜 갑자기 쓰러진 것인지, 왜 감전이 된 것인지, 대우조선 작업 환경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고 김도영 씨 가족은 지난해 말 사고 원인을 다시 제대로 밝혀달라며 노동부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재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작년 겨울에도 ‘재조사한다고, 현장까지 다 만들어졌으니까 와 봐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갔어요. 그런데 작년 사고 다음 날 가서 본 현장과 너무 다른 거예요. 밑이 다 뚫려 있더라고요. 원래는 구멍이 다 막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스 같은 게 다 통하게끔 그렇게 현장을 만들어 놨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하니까 ‘그러면 현장을 다시 만들어서 부르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아예 없어요.

김정원 / 김도영 씨 딸
유족 측이 원하는 건 현장 재연 조사다. 대우조선의 비슷한 블록에서 사고 상황을 재연하고 실제 질식 가능성이 없는지 산소농도 측정을 해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노동부는 작년 초 현장조사가 한 번 불발된 뒤 비슷한 작업구역이 없다는 이유로 재연조사를 미루고 있다. 
고 김도영 씨의 아내는 “하청노조에서 비슷한 블록이 있다고 계속 얘기하고 연락해도 조사를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했다. 김형수 하청노조 지회장은 “재연조사 과정에 제가 참여해서 비슷한 구역이 있는지 없는지 함께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노동부에서는 ‘대우조선에서 지회장님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태클을 걸었다’고 말하면서 재연 조사 참여를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과 안전보건공단 등이 공동 조사한 고 김도영 씨 사고조사의견서
뉴스타파는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연락해 왜 1년이 다 되도록 재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는지, 고 김도영 씨 가족과 하청노조 등에서 요구한 재연 조사가 앞으로 진행되기는 하는지, 하청노조 지회장 참여를 배제하라고 한 대우조선 측의 요구가 사실인지 등을 물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재조사에 착수한 건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수 지회장의 재연조사 참여를 막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담당자가 아니라서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재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고 김도영 씨의 사고원인 규명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김정열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은 “정부가 이미 사고조사 의견서라든지 보고서에 사업주가 책임을 지지 않게끔 면죄부를 준 거랑 마찬가지다. 회사가 노동부 조사 결과를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김도영 씨 가족 “일하다 가족을 잃는 사람이 없기를…”

현재 대우조선의 용접공 중 절대 다수는 하청노동자다. 앞으로도 수많은 하청노동자가 비좁은 선박구조물 안에 들어가 용접을 해야 한다. 언제 또 고 김도영 씨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고 김도영 씨 가족이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작업 모습
아빠가 그렇게 위험한 현장에서 일을 하셨으면 사망하신 후에 대우라도 잘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사고 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산업재해 처리라도 제대로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아빠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갑자기 아빠가 없어진 거예요. 그냥 이유도 모르고요. 이제라도 정부가 사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시언 / 고 김도영 씨 딸
(작업 장소에) 노후된 게 참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항상 사고가 그렇게 자주 난다고 저희뿐만 아니고 저희 가기 얼마 전에도 또 사고가 났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거기서 사고가 자주 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용접 기계도 오래된 게 많대요. 그 작업 환경은 대우조선에서 만든 환경일 거 아니에요. 근로자들을 위해서 뭔가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억울한 죽음이 없고 더 이상 희생자가 안 나올 거 아니에요. 앞으로는 일하다가 가족을 잃는 사람이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정원 / 고 김도영 씨 아내
제작진
취재홍여진, 홍주환
촬영김기철, 신영철, 오준식
편집김은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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