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원 노동자에 470억 손배소...'대우조선 사태 주범은 산업은행'
2022년 09월 01일 20시 00분
자기 외삼촌이 조선소를 했어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학교, 대학 가려고 거기 가서 용접 배워서 대학 자금 마련하고 이런 사람이거든요. 저는 남편이 하는 일이 위험해 보여서 다른 사업을 하라고 말렸는데, 남편은 늘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어요. 남편이 다닌 하청업체의 부장님도 ‘남편이 일은 잘하시더라’고 하더라고요. ‘남들이 엉망으로 해놓은 작업을 본인이 다시 고쳐놨다.’ 이러면서…그 일을 그렇게 좋아했어요.고 김도영 씨 아내
용접하다가 갑갑해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때 타는 냄새가 나서 주변을 좀 둘러보다 보니까 불이 보여서 가까이 가서 보니까 머리 헬멧 쪽에 불이 붙은 채로 누워 계셨어요.고 김도영 씨 최초 발견자
“보통 일반적으로 화상은 열이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괴사가 피부부터 진행을 해요. 제일 심한 것도 먼저 보이는 것도 조직이 먼저 손상이 되고 점점 깊어지는데, 감전이라고 하는 화상의 기전이 뼈를 통해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화상의 깊이보다는 오히려 뼈와 인접한 근육과 근육 안에 혈관들의 손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피부가 괜찮아 보이더라도 골 괴사가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제 보통 미라처럼 된다고 하는데 혈관 손상, 동맥 손상이 진행돼서 동맥이 막히죠. 김도영 씨가 그런 경우로, 결국은 팔이 말라서 죽어버린 상태였어요.”김성호 / 고 김도영 씨 베스티안부산병원 입시절 주치의
전기가 들어가면 어디로 빠져나가거든요. 전기가 보통 들어가는 입구랑 출구가 따로 있어요. 저희가 추정하건대 (전기가) 손으로 들어가서 얼굴로 나온 걸로 추정이 되고요. 이 과정에서 전기가 심장을 관통하기 때문에 심정지가 생기는 거예요.고 김도영 씨 경상대병원 주치의
용접하는 사람들은 이 사고 내용을 듣자마자 질식해서 사고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CO2 가스로 인해 잠시 의식을 잃으시고, 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용접이 계속돼서 화상 그리고 감전 사망으로 돌아가셨을 거라고 용접하시는 분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들 용접하면서 질식의 위험성을 경험했던 일들이 있으니까요.
이산화탄소는 바닥에 고이는 특성이 있는데, 김도영 씨가 했던 작업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자세로 해야 하는 하부 용접이었어요. 그 작업을 하다 보면 숨 쉬는 공간에 가스가 많이 차게 되죠. 용접과정에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도, 한 번씩 숨을 쉬다 보면 CO2 가스가 확 들어와서 숨이 탁탁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유최안 /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20년 경력 용접공)
산업안전보건법상 대우조선이 1년에 두 번 작업 환경 측정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할 때마다 용접 흄이나 분진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어요. 그만큼 작업장의 환기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죠.김정열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
“고압이든 저압이든 그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어떻게 다쳤냐, 얼마나 오랫동안 전기에 노출됐었냐, 이런 게 오히려 예후에 더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봐도 저압 전기에서 사망자가 더 많다고 나옵니다.”김성호 의사 / 사고 당시 김도영 씨 주치의
사고 조사 의견서에 보면 홀이 벽면에 있거든요. 그리고 고 김도영 님이 작업하던 자세보다 머리 위쪽에 있고 또 같은 라인에 있지 않고 옆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작업공간이 실외가 아닌 실내였고, 환기가 되지 않고 출입문이 닫혀 있는 공장 안 블록에서 작업하셨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연적으로 공기가 흐르거나 하지는 않는 상황이었고요. 더욱이 이산화탄소가 밑으로 가라앉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누워서 작업하던 고 김도영 씨가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에 노출됐는가는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질식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김정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전 부지회장
고 김도영 씨 사고의 원인을 회사에서는 ‘알 수 없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용접하는 사람이 봤을 때는 사고 원인이 명백하거든요. 고 김도영 씨를 진료한 의사도 밀폐 구역이라는 게 (맨홀) 구멍의 숫자가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스가 고이냐 안 고이냐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고요. 그래서 사고 당시와 같은 조건으로, 누워서 용접하면서 산소농도 측정을 하자고 주장했던 거죠. 그런데 노동부는 실제 용접 노동자들이 요구한 조사는 하지도 않고, 작업환경과 재해는 무관하다는 회사의 주장만 받아들인 거라고 봐요.유최안 /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20년 경력 용접공)
(김도영 씨 발병의) 경우의 수는 CO2 가스를 먼저 마셔가지고 저산소 뇌병증이 와서 감전이 일어났든, 또는 감전이 와서 심정지 후에 저산소증이 왔든 이렇게 해도 이 병이 야기될 수 있고 저렇게 해도 이 병이 야기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처음에는 감전도 부인하고, 상급기관인 노동부 의견을 따르다가 결국에는 '그래, 그럼 감전까지는 인정해줄게, 하지만 감전 때문에 당장 사망하게 됐다고 가정하기 어려우니까, 나머지 상병은 안 된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의사들은 감전 때문에 저산소증이 왔다는데, 근로복지공단 의견만 달라요. 그러니까 우리가 답답해서 미치죠. 고 김도영 씨가 대우조선 안에서 작업하다가 감전됐는데, 어디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았겠습니까? 전기 통할 때가 거기밖에 없는데… 그럼 당연히 그로 인해 수반된 상병들도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어야죠.김승재 / 고 김도영 씨 산재 신청 대리인
작년 겨울에도 ‘재조사한다고, 현장까지 다 만들어졌으니까 와 봐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갔어요. 그런데 작년 사고 다음 날 가서 본 현장과 너무 다른 거예요. 밑이 다 뚫려 있더라고요. 원래는 구멍이 다 막혀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스 같은 게 다 통하게끔 그렇게 현장을 만들어 놨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하니까 ‘그러면 현장을 다시 만들어서 부르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아예 없어요.김정원 / 김도영 씨 딸
아빠가 그렇게 위험한 현장에서 일을 하셨으면 사망하신 후에 대우라도 잘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사고 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산업재해 처리라도 제대로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아빠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갑자기 아빠가 없어진 거예요. 그냥 이유도 모르고요. 이제라도 정부가 사고 원인을 분명하게 밝혀주셨으면 좋겠어요.김시언 / 고 김도영 씨 딸
(작업 장소에) 노후된 게 참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항상 사고가 그렇게 자주 난다고 저희뿐만 아니고 저희 가기 얼마 전에도 또 사고가 났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거기서 사고가 자주 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용접 기계도 오래된 게 많대요. 그 작업 환경은 대우조선에서 만든 환경일 거 아니에요. 근로자들을 위해서 뭔가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억울한 죽음이 없고 더 이상 희생자가 안 나올 거 아니에요. 앞으로는 일하다가 가족을 잃는 사람이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김정원 / 고 김도영 씨 아내
취재 | 홍여진, 홍주환 |
촬영 | 김기철, 신영철, 오준식 |
편집 | 김은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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