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YTN 공동취재]'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③ '건물 구경하러 출장'...연말 예산 털어쓰기
2019년 11월 05일 08시 00분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공무출장을 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출장 경비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의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출장과는 달리 정당 당직자들의 출장보고서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① “그런 사람 온 적 없다”... 천만 원 짜리 허위보고서 |
국회 교섭단체 정당의 정책연구위원은 정당에 소속돼 정책 개발 일을 한다. 하지만 신분은 국회사무처 직원으로 ‘별정직 공무원’이다. 국회사무처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원은 모두 67명. 현재 더불어민주당에 29명, 자유한국당에 26명, 바른미래당에 12명이 배정돼 있다. 월급은 국가 예산에서 나오고, 정책 개발 목적의 해외 출장비도 세금으로 지원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예산 집행은 국회도 똑같이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입법부도 정부 기준에 따라 예산 집행과 회계 처리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정책 개발 명목의 해외 출장 예산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정부 예산 지침은 “인터넷, 주재관 또는 현지 공관 등을 통하여 자료 수집 및 조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같은 목적의 해외 출장을 억제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정책연구위원들의 해외 출장을 심사하고 검증해야 할 이유는 이렇게 명확하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본 삿포로 오타루 운하, 오르골 전시관, 도쿄 서점거리, 태국 왕궁까지. 각 정당의 정책연구위원, 혹은 정당 행정보조요원들이 예산으로 다녀온 ‘여행지’다. 정책 연구는 없었고, 출장 보고서는 짜깁기 일색이다.
국회사무처는 어떤 개선 방안을 가지고 있을까? 유인태 사무총장을 찾아가 국회사무처 직원인 정책연구위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실무까지 신경 쓰기는 어려운 듯 손사래를 치며 대신 사무차장을 찾아가라고 했다. 김승수 국회 사무차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아래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책연구위원 외유성 해외 출장 개선 방안은 어떤 것이 있나? ▲ 국회사무처가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교섭단체에 맡기겠다는 말인가? ▲ 국회사무처는 권한이 없다는 얘기인가? ▲ 외유성 해외출장 제재할 방안은 아예 없나? ▲ 외유성 해외출장 예산 회수 할 방법은 없나? |
“국가 예산을 쓰지만, 어떻게 쓸 지는 정당 (교섭단체) 마음이고, 출장비 회수 등의 제재도 할 수 없다”, 요약하자면 이런 입장이다. 안이함인지, 오만함인지 모를 이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국가 예산을 관련 규정까지 어기면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발상을, 또 예산 낭비의 심각성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저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가 기관 신뢰도 평가에서 국회가 만년 꼴찌를 하는 이유가, 단지 국회의원들의 ‘정쟁’ 때문일까?
2019년 우리 국회의 신뢰도가 1.9%인 이유, 여야 정당 뒤에 숨어 마치 성역처럼 남아있는 국회사무처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공동취재 | YTN(홍성욱, 한동오, 고한석, 이정미) 뉴스타파(강혜인, 임보영, 박중석) |
공동기획 | 뉴스타파,YTN,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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