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친부모 정보 찾는 행정소송 착수..."최초 사례"

2024년 07월 12일 16시 44분

1970~1980년대 덴마크로 입양된 한 해외 입양인이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친생부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외 입양인이 자신의 알 권리를 위해 정보공개 소송을 하는 첫 사례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해외입양인들의 알 권리 및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입양 정보 공개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해외 입양인들이 정보를 찾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뉴스타파는 1970~1980년대 해외 입양의 구조적 문제를 규명하는 <해외입양과 돈> 프로젝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입양 기관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들의 정보를 찾지 못하는 해외 입양인들의 사례를 심층 보도했다.  (관련 기사 하단 참조)

아동권리보장원, 사망한 부친 정보도 '비공개'

사진 : 12일 입양인 알권리 법률대리인단과 덴마크한국인 진상규명 그룹이 서울 행정법원 앞에서 입양인 정보공개 소송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입양인 알권리 법률대리인단과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12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권리보장원이 해외 입양인의 친부모에 관한 정보 일체를 공개하지 않아 입양인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입양인 알권리 법률대리인단(LAAR)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원고인 해외 입양인(한국명 이현조 씨)은 한국에서 해외 입양이 가장 성행하던 시기인 1970~1980년대에 출생 직후 덴마크에 입양됐다. 이후 이 씨는 자신의 입양을 주관했던 입양 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에 입양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이 씨에게 이 씨 친생부모의 성(姓)만을 알려줬고, 그중 부친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그 정보들만으로는 이 씨는 자신이 왜 입양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떠한 가정에서 태어났는지 등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이후 2022년 이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재차 자신의 입양 정보를 위한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이미 사망한 이 씨의 친생부에 대해서조차 'Unconfirmed(확인되지 않음)'라는 내용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한국의 입양특례법 제36조에 따르면, 입양 기관 등은 입양 아동의 요청이 있을 때 친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망했거나, 그밖의 사유로 (인적사항 제공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입양인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입양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 씨 역시 친부가 사망한 상태였고,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이 씨에게 사망한 친부의 정보를 제공하길 거부했다. 
게다가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은 제외하더라도 입양 당시 친생부모의 나이, 입양일, 입양 사유, 친생부모의 거주지역 등은 입양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이 씨에게 그 어느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이 씨 측은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해당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법률대리인단의 전민경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이번 행정소송은 해외 입양인의 뿌리와 정체성 알 권리 실현을 위해 최초로 진행되는 행정 소송이자, 현행 입양특례법이 제대로 입양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법적인 판단을 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현행 법, 입양인 알 권리 봉쇄"...위헌법률 심판 제청도 검토

법률대리인단은 이번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현행 입양특례법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하도록 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외입양인의 친생부모 정보 비공개 문제는 실무를 하는 입양 기관 및 아동권리보장원에도 있지만, 현행 입양특례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해외 입양인이 친생부모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의를 먼저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970~80년대 입양 서류는 매우 엉망으로 관리됐기 때문에 입양 기관이나 아동권리보장원이 친생부모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친생부모에게 동의를 받는 절차도 상당히 형식적이라는 게 법률대리인단의 판단이다. 
친생부모가 동의하지 않았을 때 예외적으로 공개 가능한 사유에 대해서도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전민경 변호사는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는 단순히 부모 개인의 정보일 뿐 아니라 입양인의 정보라고도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개 여부가 오로지 친생부모의 의사에 근거하도록 되어 있고, 동의를 받는 절차도 매우 협소하며, 동의를 받지 못했을 때 예외적으로 공개 가능한 사유 또한 매우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원고를 비롯한 모든 입양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친생부모의 정보를 얻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해외입양인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만이 아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입양 기관 한국사회봉사회와 아동권리보장원을 모두 방문했지만 친모의 성(姓)을 제외한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덴마크 한인 입양인 말레네 베스터고르 씨 사연, 명백하게 입양 서류가 조작됐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요아킴 베른 씨의 사연 등을 보도했다.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해외 입양인들은 조작되지 않은 '진실된' 정보를 입양 기관과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요구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원고를 비롯한 해외 입양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 입양특례법과 행정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법적 다툼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원고 이 씨의 대변인인 피터 뮐러 DKRG 공동대표는 "이번 소송은 단지 '엄마와 아빠'를 찾지 못하는 화난 입양인 이야기가 아니다.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알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25만 명의 한국 입양인 모두가 자신의 진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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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취재강혜인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