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기소와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소환 조사 등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을 수사 중이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수사 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실체를 검증 보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천화동인 1호의 차명 소유자와 관련해 남욱이 최근 180도 뒤바꾼 진술에 관한 검증이다.
지난 7월 검찰 대장동 수사팀이 대거 교체된 후, 유동규와 남욱은 작년에 검찰에 했던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이 중 약 1,400억 원의 수익을 거둔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소유한 이른바 ‘대장동 그분’에 대한 남욱의 진술이 주목된다.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당초 검찰은 천화동인 1호의 차명 소유자를 ‘유동규’ 한 명이라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핵심 근거는 정영학 녹취록이다. 여기엔 유동규가 자신의 몫임을 스스로 발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2월 4일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와 정영학이 어떻게 법률적인 위험을 피하면서 700억 원을 전달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2021년 2월 4일 녹음), 김만배가 정영학과 700억 원 지급 방법을 논의하다가 유동규로부터 전화가 오자 '남욱을 통해 받으라'고 말한다.
대화 도중 김만배가 유동규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는 모습도 나온다. 김만배는 통화에서 "네(유동규)가 욱이를 통해서 받으면 된다고 지난번에 그랬으니까 형이... 걔가 나한테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라고 말한다. 남욱이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김만배에게 소송을 걸면, 일부러 져주면서 돈을 넘기겠단 뜻이다.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김만배와 유동규간 통화가 녹음된 2021년 2월은 정진상이 김만배에게 현금 20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시점이다. 김만배가 '정진상, 김용, 유동규' 3인이 공동 소유한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에 대한 돈을 주지 않자, 정진상이 직접 현금을 요구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 검찰의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 30쪽
그러나 2021년 2월 4일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어떻게든 유동규에게 돈을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날 녹취록은 총 57쪽이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 녹취록 사본을 공개한다. (기사 하단 참조)
검찰이 차명 지분 소유자에 대해 판단을 바꾼 건 유동규와 남욱이 최근 진술을 바꿨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물증까지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물증'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4월 남욱의 자필 메모 ‘1호 소유자는 두 명’
지난해 검찰은 대장동 4인방(김만배, 남욱, 정영학, 유동규)을 압수수색해 남욱의 사무실에서 한 장 짜리 자필 메모지를 확보했다.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소유자와 관련한 남욱의 진술은 그가 남긴 자필 메모지가 결정적인 물증이 됐다.
남욱은 지난해 4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직접 메모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남욱은 여기에 천화동인 1호의 소유자를 김만배와 ‘다른 사람’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남욱을 조사하며 메모지에 적힌 ‘다른 사람’이 누군지 물었다.
남욱은 ‘유동규’라고 답했다. 이어 “혹시 다른 사람이 메모를 볼까봐” 유동규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검사에게 설명했다. 남욱의 자필 메모가 진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2021.10.19 작성). 남욱이 자필로 작성한 메모지가 첨부돼 있다. 우측 네모 박스에 '다른 사람'이란 글귀가 있다.
“천화동인 1호 소유자가 유동규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남욱은 “(유동규 차명 소유를) 나중에 김만배로부터 들어서 알게 됐고, 2015년 2월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0.19 작성)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남욱은 ”2015년 2월 김만배, 정영학과의 만남에서는 김만배의 지분 중에 유동규 몫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만배 몫 중에서 유동규에게 챙겨줘야 되는 몫이 있겠다는 정도는 생각했다”며 유동규의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얼마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또 “유동규의 역할, 김만배와 유동규의 성향을 생각하면 둘은 (지분 비율을) 반반으로 정했을 수 있다”면서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몫을 떼줄 것이라는 정도는 당연히 생각했지만 직접 보고 들은 것은 없다”며 그때는 차명 지분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10.19 작성)
남욱, 10월 28일 재판에서 '이재명 측' 차명 지분 첫 언급
그러나 지난달 28일 열린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 재판에서 남욱은 정반대의 얘기를 꺼냈다.
이날 남욱은 정영학을 직접 신문하며 정영학에게 이렇게 물었다.
"2015년 2월 또는 4월에 김만배와 본인 그리고 정영학 등 셋이서 만난 날에 김만배가 내게 '(천화동인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해서,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것이 기억나지 않습니까?"
남욱이 이재명 측의 차명 지분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정영학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이 추가 보강 수사를 통해 남욱이 바꾼 진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물증을 확보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검찰이 이미 확보한 물증에 남욱의 자필 메모지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남욱은 이 메모지에 천화동인 1호는 김만배와 ‘다른 사람’, 두 명의 것이라고 적었다. 남욱은 또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다른 사람’이 유동규라고 진술까지 했다.
따라서 검찰이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고 천화동인 1호를 유동규, 김용, 정진상 3인 공동소유로 특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욱 메모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소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이해를 돕고, 검찰의 수사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2021년 2월 4일에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을 데이터포털에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녹취록은 57쪽 분량으로 김만배와 정영학이 나눈 대화가 주를 이루고, 대화 도중 김만배와 유동규의 통화가 나온다. 아래 전문 보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