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동훈과 이원석, 상고 말고 공개해야

지난 12월 15일, 3년을 넘게 끌어온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정보공개소송 2심(항소심) 판결 선고가 있었다.
필자가 원고가 되어 진행한 이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해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라는 취지다. 
2심 재판부가 일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검찰이 정보가 ‘부존재’한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특수활동비의 경우에는 신용카드 영수증 같은 지출 증빙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부존재하므로 각하’라고 판단했는데, 어차피 정보공개법은 ‘있는 정보’를 공개하라는 제도이니, 없는 정보에 대해 ‘각하’라고 판단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둘째는 특수활동비 지출 정보에서 ‘수령인의 성명’과 ‘집행명목’을 비공개 대상으로 보고, 특정업무경비 지출 정보에서도 ‘사용자 성명’, ‘집행명목’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본 것이다. 이 부분은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나머지 집행 정보와 지출 증빙서류만이라도 공개되면 예산 사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규명이 가능할 것이다. 

정보공개의 실행가능성을 높인 항소심 판결

오히려 중요한 것은 검찰이 1심에서는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다가 2심에서는 ‘일부 정보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2심 판결에서는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의 건별 ‘집행일자’와 ‘집행금액’, ‘지출결의서’, ‘내부결재서류’, ‘현금영수증(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을 공개하라고 공개대상 정보를 특정했다. 
이런 정보는 존재하고,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판부가 자료를 비공개로 열람해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검찰이 나중에 ‘딴소리’를 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검찰이 계속 ‘정보가 없다’라고만 주장하면, 정보공개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실제로 자료를 공개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행정소송에서는 ‘정보를 공개하라’는 이행 판결이 아니라 정보공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결 확정 후에도 계속 ‘정보가 없다’고 우기면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심 판결문에서 ‘존재하면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가 특정됐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은 상당히 해소됐다.  
그런 점에서 2심 판결은 아쉬운 대목에도 불구하고, 검찰 예산 집행정보의 실제 공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2심 판결은 ‘분량이 많아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에 관한 자료만 뽑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검찰 측 억지 주장을 기각했다. 
 또한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가 공개되면 음식점의 영업상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검 소속 구성원들이 해당 음식점을 이용한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명확하게 판단했다.   
▲ 12월 1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뉴스타파 기자와 함께 있는 하승수 변호사(오른쪽) 

검찰, 시간끌기용 ‘상고’가 우려되는 상황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검찰이 다시 ‘시간 끌기’를 위해 대법원에 상고를 할 가능성이다. 1심과 2심에서도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 끌기’를 시도했다. 그래서 불필요한 사실조회신청을 남발하고 틈만 생기면 변론기일 연기신청을 했다. 
다행히 2심 재판부가 검찰의 이런 시간 끌기 시도를 받아주지 않은 덕분에 2심은 1년이 걸리지 않고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되면 언제 판결이 확정될 수 있을지 또다시 기약이 없게 된다. 
어차피 대법원에 상고한다고 한들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은 검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판결문을 검토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심에서 검찰 측의 주장도 꼼꼼하게 검토했고, 검찰 측이 비공개로 제출한 자료를 재판부가 직접 열람까지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이 낸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공직자라면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대법원도 지금까지 그런 입장에서 판단해 왔다. 
그러나 검찰 측이 상고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대법원 상고 여부는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피고로서 상고 여부에 대해 1차 판단을 하게 돼 있고, 행정소송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 한동훈 장관도 상고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올해 1월에 1심 판결이 났을 당시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항소하도록 지휘한 바 있다. 
만약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장관이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사용한 예산 집행정보의 공개를 늦추기 위해 상고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소송 대상이 된 기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소송의 대상이 된 정보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동훈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대법원에 상고하도록 지휘한다면, 더더욱 그 판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22년 12월 29일까지 상고 기한

어느새 소장을 접수한 지도 3년이 지났다. 네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2심 판결까지 ‘일부 공개’로 내려짐에 따라 무조건 ‘비공개’로 일관하던 ‘검찰의 비밀주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검찰 캐비닛에 꽁꽁 감춰져 있는 자료가 햇빛 아래 공개되어야 검찰이 쌓은 ‘은폐의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 
물론 그 시기는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양심적인 언론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장관이 시간 끌기용 상고를 포기하고, 하루빨리 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도록 여론의 압력이 가해지길 기대한다. 
2심 판결 선고일이 12월 15일이었고, 당일에 판결문이 송달됐기 때문에 검찰 측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시한은 12월 29일까지다. 부디 2023년 초에는 검찰이 사용한 예산정보가 공개되어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데이터김강민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