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최다...美 선전매체 인용 기사 데이터 공개

2021년 07월 29일 14시 05분

2021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전쟁의 포성은 멎었으나 전쟁은 아직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고, 남북한 평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상호 신뢰 회복이 중요하지만 한국언론의 무분별한 북한 보도는 종종 대화의 걸림돌이 됐다. 걸핏하면 북한 최고지도자를 ‘죽였다가 살렸고’, 고위 인사 처형설과 같은 대형 오보를 내놨다. 핵 관련 소식, 북한 내부 동향 뉴스에서도 ‘묻지 마’식 보도행태를 끝없이 이어가고 있다. 북한 관련 뉴스는 과연 누가 만들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뉴스타파는 국내 22개 언론사의 북한 관련 기사 1년치, 8만여 건을 전수 분석해 북한 뉴스 ‘소스’를 추적하는 <북한 뉴스 해부 - 누가 북한 뉴스를 만드는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당신이 본 북한 기사, 출처는요...

독자와 시청자들이 국내 여러 매체의 기사로 접하는 북한 관련 뉴스 중에는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이 두 매체가 최초 출처인 것들이 많습니다. 두 매체는 미국의 선전 방송입니다. 미국은 대외 선전 전략 중 하나로 본국을 제외한 여러 국가를 상대로 국외 방송을 합니다. 북한을 겨냥해 생산되는 뉴스가 바로 '미국의소리(VOA)'과 '자유아시아방송(RFA)' 한국어 뉴스입니다. 두 매체 모두 미국 정부 산하 기관인 미국 국제방송처(USAGM) 소속입니다. 

뉴스타파는 <북한 뉴스 해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 두 매체가 국내 언론이 북한 관련 기사를 생산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매체라고 보도했습니다. 두 매체를 인용한 기사는 국내 22개 매체를 대상으로 집계했을 때 최근 1년간 모두 1518건이 생산됐습니다. 최근 1년간 북한을 다룬 전체 기사에서 북한 매체(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을 인용한 기사 8,779건)를 인용한 기사를 제외하면, 이 두 미국 매체를 인용한 북한 관련 기사는 전체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즉 이 두 매체를 인용한 북한 관련 기사가 한 달에 약 126건 생산된다는 겁니다. 물론 뉴스타파 분석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매체를 고려하면 기사 건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습니다. 

두 매체는 'O OOO'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북한 소식을 다룬 이 두 매체의 기사는 주로 어떤 취재원을 활용할까요. 뉴스타파는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한 북한 관련 기사 1,518건을 대상으로 다시 이를 분석해 봤습니다.

▲ 표 : 미국 선전 매체 인용 보도의 '기관 인용' 빈도. 1위 미 국무부, 2위 통일부, 3위 전직 미 국무부, 4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5위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 6위 미 국방부, 7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8위 유엔세계식량계획, 9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10위 유니세프.

그 결과 1,518건의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기관'은 '미 국무부'로 집계됐습니다. 미 국무부 장관 및 부장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 국무부 대변인, 미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 차관보,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등이 기사의 기관(직함) 출처로 인용됐습니다. 

미 국무부의 등장 빈도는 2위인 한국 통일부에 비해 3배 이상 높습니다. 3위는 전직 미 국무부 관계자, 6위는 미 국방부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기관과 미국 인사의 등장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위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5위는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장이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인용하는 건 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성 기사가 많고,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을 인용하는 경우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속보성 기사가 주를 이룹니다. 

앞서 뉴스타파는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한 기사 1,518건에 대한 유형 분석을 통해 어떤 기사들이 많이 생산되는지 역시 지적했습니다. 

▲ 사진 설명 : 파이형 그래픽. ▲북한 인권 비판 ▲북한 의료·식량·경제난·체제 비판 ▲북한 군사 정책 비판 ▲대북제재 강화·유지 ▲대북전단금지법 비판 ▲한미·한미일 동맹 강화 ▲남북 독자노선(경협 등) 비판 ▲북미대화·남북대화 지지 ▲중국·러시아 견제 등으로 항목 구분. 두번째로 많이 재생산된 기사 유형은 북한의 군사정책 비판 기사다. 국내 22개 언론사의 '미국의 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 인용 보도 1,518건 기준.

미국 선전매체 기사 받아썼는데 오보로 판명

지난해 2월, 미국의소리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북한은 감염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의혹 제기를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입을 빌려 한 것이죠. 미국의소리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자사에 이메일을 보내 와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추후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자신들의 이메일이 해킹됐고, 미국의소리 측에 그런 의혹이 담긴 이메일을 보낸 바 없다고 한 겁니다. 미국의소리는 이후 자사홈페이지에 '정정보도'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소리 기사를 받아 썼던 국내 매체(뉴시스)의 기사는 아직도 온라인에 그대로 노출돼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의소리는 지난해 4월, 미 국무부가 북한 입국 특별 여권 발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정정보도를 했습니다. 

미국의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을 인용한 북한 관련 기사는 주로 어떤 내용인지, 또 어떤 유형의 기사가 가장 많이 재생산되고 있는지도 확인해보세요.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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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데이터김지연 최윤원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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