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파업이 끝나고 난 뒤... '불공정'의 역습
2022년 09월 01일 20시 00분
D 업체는 자체 기숙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김 전 부서장의 원룸에는 작업자들이 살지 않았고, 그 기숙사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직원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기숙사비라며 매달 일정 비용을 지급한 건 그만큼 김 전 부서장이 D 업체를 챙겨줬기 때문이죠. 이뿐만 아니라 D 업체 소장과 반장들도 김 전 부서장에게 수시로 골프와 술 접대를 했고요. 그 대가로 D, E 업체가 여러 해 동안 기성금(하도급 대금)과 각종 인센티브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전직 D 업체 관계자
수급사업자와의 충분한 정보교환 및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산정기준에 의거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 지급했습니다. (중략) 수급사업자(하청업체)가 수행한 객관적인 공사량을 정해진 산정기준에 따라 평가한 후 얼마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수급사업자의 추가적인 요청을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지급되는 대금을 조정했습니다.-2019년 12월 10일 대우조선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내용
이번 사건은 제도상 미비에 따른 관리 부실보다는 개인의 일탈에 따른 비리 행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러한 일탈 행위를 예방하고 감지하기 위해 매달 개인별로 윤리경영 체크리스트 작성 및 윤리 의식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비리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준수 중입니다. 당사는 비리 행위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나 개인의 일탈행위까지 완벽히 제어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이해 하셨으면 합니다.”- 대우조선 측이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 내용 / 2022. 12.7
로비를 하면서 많이 괴로웠죠. 대우조선 파트장, 부서장이 다 내 후배들인데 ‘내가 참 이렇게까지 내가 해서 먹고 살아야 되나’ 하는 그런 자괴감도 들고…그런데 로비했다고 실제 기성금이 잘 들어온 것도 아니에요. ‘선 시공 후 계약’을 하다 보니까, 이게 내가 로비를 해서 기성금이 이만큼 들어온 건지 아닌 건지, 이게 어떤 이유로 기성금이 이만큼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로비를 안 하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자꾸 하는 거죠. 앞으로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 속에서요.전직 대우조선 A 하청업체 대표
발판지원부 김 전 부서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건 꽤 오래전부터습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건 새 발의 피에요. 김 전 부서장은 정기적으로 사무실로 찾아와 형편이 어렵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때마다 현금을 줬어요. 파트장일 때는 200만 원씩, 부서장 되고부터는 300만 원씩 수년간 줬습니다. 기성금이 늘 일한대로 안 나오니까 다음 달에는 잘 받길 희망하며 줬던 거죠. 그 대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업체 사정이 정말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가불처럼 다음 달 기성금을 당겨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한 것보다 초과해 대가를 받은 건 없어요. 그래서 저보다 더 많은 금품을 준 업체가 기성금을 많이 받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전직 대우조선 B 하청업체 대표
기성금 지급 방식이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서장 재량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각종 비용이 있습니다. 일종의 포상금인 특별지원금의 경우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서 지급하는 게 있고, 업체들이 워낙 어렵다 보니 보조금 성격으로 지원하는 것도 있는데요. 후자의 경우에 부서장의 의도가 담길 수 있습니다. 또 부서장이 특정 업체에 효율과 능률이 많이 나는 공사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겨줄 수도 있고요. 조선업계에서 하청업체의 능력치라는 건 사실 대동소이한데, 특정 업체만 계속 이득을 보고 나머지 업체가 폐업을 했다는 건 분명히 부서장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전 대우조선 관계자
문제가 터지고 나서 사람 한두 명 해고하는 건 제대로 된 조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꼬리 자르기죠. 사전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애초부터 하도급 대금이 누군가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터지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 뒷돈을 주고 특혜를 봤다면, 투명하게 일한 업체는 오히려 피해를 봤을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동안 발판 공종의 수많은 업체가 적자를 보고 폐업했는데, 그 업체들에게 정말 공정하게 하도급 대금이 지급됐던 건지 이번 기회에서 제대로 조사해서 특혜 규모를 밝히고, 피해를 본 업체에 대해선 구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적자로 폐업한 대우조선 하청업체 대표 ㄱ씨
취재 | 홍여진 |
촬영 | 김기철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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