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⑩ 전익수, 또 다른 공군 성추행 사건에도 부당 개입한 정황

2023년 06월 05일 10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자신을 수사하는 군검사에게 전화해 수사 정보를 요구하는 등 위력을 행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가법상 면담강요죄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특검 측은 8차, 9차 공판에서 전 씨가 김OO 법무관(전익수와 통화한 군검사)에게 전화해 항의한 행위가 왜 ‘위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입증하고자 했다.
고 이예람 중사 관련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2023년 5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익수 측, “휴대폰 통화내역 공개는 사생활 침해”

■ 2023년 4월 10일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 특가법상 면담강요죄 8차 공판

8차 공판은 특검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측은 특검이 전 씨의 카카오톡 채팅방 목록과 통화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고,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라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전익수 피고인의 인적 네트워크는 김 모 법무관에 대한 위력 행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증거 제출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전익수 전 법무실장 변호인(이하 변호인) :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는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검은 피고인이 육군의 누구와 아는 사이인지, 군 법무관 동기는 누가 있는지 그리고 군사법학회에는 누가 속해 있는지 찾아내 그 사람의 약력, 경력을 정리해서 제출했다. 피고인의 교우관계가 넓으면 유죄이고 좁으면 무죄인가?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뒤져서 누구랑 가까운 사이인지 보여주는 자료를 증거로 현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검 : 방금 변호인이 한 주장에서 증거 능력과 증명력의 문제가 약간 혼동되고 있는 것 같다. 해당 자료가 충분히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의견서를 통해서 말씀드린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 (이하 재판장) : 피고인의 사생활 뿐 아니라 제3자의 사생활도 연관돼 있는 증거라면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증거로 제한해서 신청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특검도 한 번 이 부분을 검토해달라.
특검 : 피고인(전익수) 측은 증인신문과 의견서를 통해 ‘전익수 피고인은 공군이고, 김OO 법무관(전익수와 통화한 군검사)은 육군이기 때문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피고인 전익수는 고위급 군법무관, 육군 군법무관 등 다양한 장성급 장교들과 교류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익수 피고인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육군 군법무관인 김OO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 가능했다.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다.
전 씨 측은 특검이 제출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자료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전 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전자정보 중 통화내역, 채팅방 목록 등을 발췌해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는데, 휴대폰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기재한 범죄 사실(직권남용)과 특검이 실제로 기소한 혐의(면담강요)가 달라 이 사건 증거로는 쓸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특검 측은 ‘새로운 내용을 추출한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정보 중 일부를 필터링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재판장 : (변호인은) 특검이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서 획득한 전자정보가 위법 수집 증거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건가?
변호인 : 저희는 누가 이렇게 (특정 자료를) 추출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장 : 디지털 포렌식을 하기 위해서 휴대전화를 압수했을 것 아닌가.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 사실은 무엇이었나?
특검 : 특검에서 압수할 때는 직권남용 혐의였다. 국방부 과학수사과에서 보관하고 있는 (휴대전화 포렌식) 디지털 정보를 저희가 직권남용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거다.
변호인 : 특검은 직권남용 혐의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전익수의 휴대전화 자료를 다 (포렌식을) 떴다. 그걸 그냥 갖고 있다가 이번에 검색을 해서 새롭게 분류 작업을 한 거다. 직권남용 혐의로 압수수색된 전자정보가 면담강요 혐의의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 또 이미 포렌식을 뜬 상태에서 수개월이 경과된 뒤 아무 영장도 없이 정보를 추출한 수사 활동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특검 : 검색을 했다는 것에 대해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 전체를 출력해서 증거로 쓸 부분만 골라 냈다는 의미로 말씀을 드린 거다. 새롭게 뭔가를 추출해 냈다는 뜻이 아니다.
재판부 :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 사실이 직권남용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 특검 측은 이 부분 증거 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
충남 계룡대 공군 본부 정문 (출처 : 연합뉴스)

재판 과정서 전익수 전 실장의 또 다른 비위 의혹 드러나

■ 2023년 4월 17일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 특가법상 면담강요죄 9차 공판

이날 공판에서는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특검이 지난 기일에 추가로 제출한 자료를 증거로 채택했다. 다만 일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전 씨 측 주장도 검토하여 판결서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전 씨의 ‘위력 행사’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전 씨가 또 다른 공군 성추행 사건 수사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당시 공군 법무실장이었던 전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 모 대령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자 공군 검찰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전 씨는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배제 지시를 받아 수사 지휘 권한이 없었다. 특검은 사건 담당 군검사의 진술조서, 2021년 7월 12일자 ‘업무 배제 지시 공문’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 : 공군 성범죄 전담팀 군검사 OOO은 특검 조사에서 “대령을 구속시켰더니 법무실장(전익수)이 바로 우리 부장에게 전화해서 뭐라고 하더라. ‘그게 왜 구속사유가 되냐’고 항의했다”고 진술했다. OOO(사건 담당 군검사)의 진술에 따르면 공군 소속이자, 전익수 피고인의 대령 진급 동기인 김 모 대령은 여군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군검사 OOO은 김 모 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021년 12월경 영장이 발부됐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전익수 피고인은 2022년 1월 말경 군검사 OOO의 직속 상급자인 김 모 중령에게 전화를 걸어 김 모 대령을 구속 수사한 것에 대해 약 50분 간 질책했다. 전익수 피고인은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군검찰 지휘 업무에서 배제된 상황이었음에도 주임 군검사의 직속 상급자를 강하게 질책해 공군 검찰 업무에 개입하려고 한 것이다.
이날 증거조사에서는 전 씨가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받을 당시 국방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수처 이첩, 익명 제보자 색출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은 전 씨가 의견서나 공문 발송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지 않고 수사 관계자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수사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해왔음을 지적했다.
특검 : 전익수 피고인은 2021년 6월 16일 압수수색을 당한 뒤 바로 다음 날인 6월 17일 국방부 검찰단장 최OO 대령의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과 관련된 사건 수사를 공수처로 이첩할 것을 요구했다. 피고인과 최OO 간의 통화 녹음파일이다.
전익수 : 이게 직무유기 건으로 돼 있고 그래서 이 사건을 공수처로 좀 넘겨줬으면 좋겠어요. 들으셨겠지만 사건을 공수처로 이관을 해주시든지 검토를 해 주세요.
최OO : 이첩을 저희가 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통보받으면 공수처장님이 결정하시는 건데, 이첩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첨부 가능한지 확인해서 가능하면 첨부해서 보내겠습니다.
전익수 : 그렇게 좀 해주세요.
최OO : 알겠습니다, 실장님.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과 국방부 검찰단장 최 모 대령 전화통화 내용 중 일부 (2021. 6. 17)
특검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 2항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공수처에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하거나 이첩 의견을 제시할 법령상 의무가 없는 국방부 검찰단장이 전익수 피고인의 요구가 있다고 하여 이첩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하는 상황이 매우 낯설다. 이 또한 전익수 피고인의 계급과 지위에 따른 영향력을 추측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전 씨 측은 특검 측 증거조사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중세 때 있었던 마녀 재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 측이 공소사실과 관계 없는 간접 증거, 정황 증거를 제시하여 전 씨의 인격을 매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변호인 : 특검은 이처럼 쟁점이 분명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증명을 위해 사건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희박한 정황 증거들을 제출했다. 피고인에 대해 애초에 제기된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검은 특가법 조항(면담강요죄)을 무리하게 적용하여 피고인을 기소했다. 이러한 기소를 유지하기 위해 피고인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기 위한 모든 자료를 모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라고 강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전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6월 29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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