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회 청문회 앞둔 '문제적 기업' 쿠팡을 바꾸려면

Nov. 21, 2024, 11:30 AM.

2년의 취재와 쿠팡의 '본질적 문제'

쿠팡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5만 명을 넘었다. 이번 청원은 쿠팡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쿠팡에서 잇따르는 죽음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됐다. 국민동의청원 5만 명 요건이 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곧 '쿠팡 청문회'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쿠팡은 자사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2020년 27살 장덕준 씨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지며 과로사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을 때도, 2021년 야간 근무 후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도, 쿠팡은 당당했다. 지난해 경기도 군포시에서 한 배송기사가 사망했을 때는 "쿠팡 사업장은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안전합니다"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올해 4명의 노동자가 숨지며 여론이 나빠지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시작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쿠팡은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동 환경이 열악하지 않다"고 했던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쿠팡의 택배 자회사) 대표는 올해 국정감사에선 "근무여건 개선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내부 규정을 일부 고치고, 배송기사 휴일도 조금 늘려주겠다며 미봉책이나 다름없는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 청문회가 열려도 쿠팡은 두루뭉술 위기를 벗어날 공산이 크다.  
뉴스타파는 지난 2년 동안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연속 보도로 쿠팡의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취재를 하며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 도달했다. '쿠팡의 로켓·새벽배송은 노동자의 육체를 갈아 넣는 '나쁜 노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과연 실현 가능한 시스템일까.'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쿠팡 사망 노동자 유가족과 노동·시민단체들이 국회를 상대로 '쿠팡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쿠팡 청문회 개최 국민동의청원이 참여자 수 5만 명을 넘기며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쿠팡의 차이,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유  

먼저, 쿠팡 로켓·새벽배송의 구조를 알아보자. 쿠팡의 로켓배송은 기존의 온라인 쇼핑·배송 업태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쿠팡이 아닌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화장품을 산다고 해보자. 보통의 플랫폼은 화장품을 갖고 있지 않다. 화장품은 제조기업의 창고에 있다. ① 쇼핑 플랫폼은 제조기업에 연락해 주문을 알리고, ② 제조기업은 택배업체를 부른다. ③ 택배업체는 창고로 가서 상품을 가져와 분류 작업을 한 뒤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이 경우 쇼핑 플랫폼, 상품 보유기업, 택배기업이 다 다른 회사고, 소비자와 상품, 배송품 분류 작업장(이하 분류작업장) 사이 거리도 가깝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문 위치는 부산인데, 상품은 경기도에 있고, 분류작업장은 충청북도에 있기도 하다. 보통 택배 배송이 최소 2~3일은 걸리는 이유다.
하지만 쿠팡은 다르다. 쿠팡은 주문, 상품 보관, 배송을 다 한다. 주문은 쿠팡이 받고, 상품은 자회사 쿠팡풀필먼트가 관리하며, 배송은 쿠팡CLS가 맡는다. 3개 회사는 서류상으로만 구분될 뿐 사실상 한 회사다. 이 덕분인지 쿠팡에서는 소비자, 상품, 배송 작업장 거리가 가깝다. 쿠팡풀필먼트는 전국의 자체 물류센터에 상품을 쌓아두고, 바로 근처에서는 쿠팡CLS가 분류작업장, 배송기지(상품을 배송차량에 싣는 곳)를 운영한다. 소비자가 부산이면, 부산 물류센터와 분류작업장, 배송기지를 거치고, 서울은 수도권의 물류센터와 분류작업장, 배송기지를 이용한다. 아침에 주문하고 저녁이면 상품이 와 있는 로켓배송이 가능한 건 이 때문이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상품 보유 업체들은 통상 야간에는 일을 안 한다. 그래서 새벽에 배송을 하고 싶어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CJ대한통운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등 기존 택배기업들은 심야 배송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쿠팡 3사(쿠팡·풀필먼트·CLS)는 24시간 돌아간다. 낮이든 새벽이든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빼내 배송차량에 실을 수 있다. 그래서 밤 11시 59분 주문해도, 아침 7시 전 배송이 완료되는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쿠팡은 배송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쿠팡 와우'라는 유료 구독제에 가입하면, 배송료가 없다. 처음 '쿠팡 와우' 구독료는 한 달 2,900원이었다가, 2021년 4,990원을 거쳐 올해 7,890원이 됐다. 일반적으로 1건당 배송료는 2,500원~3,000원이다. 제주도 등 도서 지역은 추가 배송료가 붙는다.
빠르고, 언제든 주문·배송이 가능한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1,400만 명을 돌파했다. 1년 중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구매해 본 사람은 2,100만 명에 달했다. 쿠팡은 이제 국내 1위 유통 기업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쿠팡 및 계열사들의 총매출은 약 39조 원으로 신세계 그룹(36조 원)을 제쳤다.  
하지만 쿠팡이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전국 물류센터, 분류작업장 및 배송기지, 배송차량을 24시간 돌리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로켓배송의 '진짜 동력'이다.
이달 기준 전국 쿠팡 물류센터는 약 40개, 분류작업장 및 배송기지는 약 80개다. 지난 14일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형태공시 자료에 따르면, 쿠팡 3사(쿠팡·풀필먼트·CLS) 소속 노동자는 7만 4,006명이다. 현대자동차 소속 노동자가 7만 2,377명으로 비등한 수준이고, 이마트(2만 4,531명)보다 많다. 현재 쿠팡은 국내 고용 규모로 2~3위를 오간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과 자회사 2개의 소속 노동자는 모두 7만4,006명이었다. 현대자동차(7만2,377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건 바로 이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24시간 물류센터와 배송기지, 배송차량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문제 ① 불안정 일자리와 위험 노동  

쿠팡은 국내 고용시장에 크게 기여한다며 스스로 상찬한다. 그러나 '고용의 질'을 보면 달라진다. 
노동부 고용형태공시 자료를 보면, 올해 11월 기준 쿠팡 3사의 비정규직(기간제) 비율은 58.4%다. 노동자 절반 이상이 일용·계약직이다. 쿠팡과 비슷한 규모(매출, 고용량)인 기업 중 이처럼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곳은 없다. 현대차의 비정규직(기간제) 비율은 12.6%, 이마트는 9%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2023년에도 쿠팡 3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58.1%였고, 2022년은 68.5%에 달했다. (2022년은 쿠팡CLS의 공시 자료가 없어 쿠팡과 풀필먼트만 집계)
쿠팡 비정규직 중 대부분은 일용직이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 경기도 부천시는 "쿠팡 부천2물류센터 직원 3,673명 중 일용직 2,591명, 계약직 984명, 정규직 98명"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도 비슷하다. 기자가 만난 쿠팡 노동자들은 "물류센터는 일용직이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쿠팡 일용직 노동자는 최저임금만 받는다. 계약직도 주간조를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시급 100~200원을 더 받을 뿐이다.  
쿠팡은 '불안정 일자리'로 돈을 아낀다. 쿠팡은 물류센터·분류작업장의 필요 인력 규모를 해당 지역의 상품 주문량과 연동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일용직 노동자 비중이 커야 한다. 그래야 주문량이 많을 때는 많이 채용하고, 적을 때는 안 뽑으며 유휴 노동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돈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로켓배송을 위한 지리적 근접성을 위해서다. 쿠팡은 지역의 인구·소비 동향에 따라 기존 물류센터나 분류작업장을 없애고, 운반·배송이 더 효율적인 곳에 새로 만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전국 물류센터, 분류작업장 중 대부분은 쿠팡 소유가 아니라 임대 형태다. 그런데 기존 물류센터를 없애고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정규직·계약직이 많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만 쓰고, 내일은 안 뽑아도 되는 일용직이 다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를 솎아내는 이점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3사의 퇴사자 비율은 71.6%였다. (지난해 12월 31일 고용보험 상실자 수 기준)
지난해 7월 뉴스타파 취재진이 촬영한 경기도 동탄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업무 시작 전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문제는 '불안정 일자리'가 사업장의 위험을 악화시킨다는 데 있다.
쿠팡 물류센터, 분류작업장에서는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이 흔하고, 위험 장비도 많다. 냉난방 시설도 부족해 온열질환에도 취약하다. 일용·계약직이 많다는 건, 이런 위험 사업장에 처음 일을 해보는 대량의 '미숙련 노동자'가 계속 유입된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2인 1조로 일해야 하는데 둘 다 초보자인 상황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채용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도 아니다. 채용팀이 준 건강확인서를 '알아서' 작성하면 끝이다. 지병이 발견되면 귀가 조치되니, 대부분 있어도 없다고 쓴다. 
쿠팡 사업장에서 사고와 죽음은 빈발할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중량물에 맞고, 지게차에 치이고, 열사병에 쓰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확보한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023년 쿠팡 3사의 산업재해율은 2.12%였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의 재해율은 약 0.6%, 건설업 1.3%, 운수·창고통신업 1.1%였다. 올해 쿠팡 시흥2캠프에서 사망한 일용직 노동자 김명규 씨도 두 번째 출근날 쓰러졌다. 당시 쿠팡 관리자들은 미숙련자인 김 씨에게 원래 2명이 해야 할 업무를 시켰다. 
또 다른 문제점은 불안정 일자리 위주의 고용 구조가 계속되는 한, 노동 개선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노동자가 적으니 사측도 노동 조건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구조가 고착되기 때문이다.
일용·계약직 노동자들은 재고용에 불이익이 있을까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 쿠팡은 지난 2020년, 부천 물류센터의 부실한 코로나19 방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계약직 노동자 2명을 부당 해고했다. 물류센터 노조 집행부도 대부분 계약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이러니 노동조합 활동도 어렵다. 현재 쿠팡의 노조 조직률은 1% 미만이다. 쿠팡풀필먼트 노조는 출범 3년이 됐지만, 사측과 단체협약도 맺지 못했다.

쿠팡의 문제 ② 고질적 과로 

과로도 쿠팡의 고질적인 문제다. 로켓배송 시스템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데, 바로 '다회전 배송'이다.
일반 택배회사 배송기사의 하루 업무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① 오늘 배송할 상품들이 보관돼 있는 배송기지에 간다. ② 상품을 차량에 싣는다. ③ 할당된 배송 구역으로 이동해 배송하고 퇴근한다. 이 구조에서는 보통 배송기사가 떠난 후 주문이 들어온 상품은 그날 배송이 안 된다. 이 경우 밤 11시 59분에 상품을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7시 전 배송을 완료하는 '로켓·새벽배송'은 불가능하다.  
쿠팡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배송기사들이 업무 시간 내에 다시 배송기지로 돌아와 상품을 싣고 나가게 하는 것. 그 사이 새로 주문이 들어온 상품은 물류센터에서 빼낸 뒤 배송기지로 보내 쌓아둔다. 쿠팡에서 주간 배송기사는 ①, ②, ③을 두 번 반복(2회전)하고, 야간 기사는 세 번 반복(3회전)한다. 이를 '다회전 배송'이라 한다. 덕분에 쿠팡은 언제 주문을 받아도 '당일 배송', '아침 7시 전 배송'을 보장한다. 
다회전 배송은 배송기사들의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을 높인다. 일반 택배기사는 한 번 싣고 가면 끝인 데, 쿠팡 기사는 배송 구역과 배송 기지를 반복해 오간다. 배송기지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제 배송 작업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든다. 그렇다고 쿠팡 배송기사들의 하루 배송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하루 300개~400개로 다른 택배기업과 비슷하거나 더 많기도 하다.
또 쿠팡은 로켓배송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요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배송 구역을 언제든 빼앗는 '클렌징 제도'를 운영한다. 배송 기한을 못 지킨 상품의 비율이 월평균 0.5%(200개 중 1개)만 돼도 바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배송량은 많은데, 실제 배송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적고, 일자리에 대한 압박까지, 쿠팡 기사들은 더 오래, 더 빠르게, 덜 쉬며 일해야 한다.
비 오는 날 계단에서 굴러서 계단 모서리에 무릎이 찍히는 바람에 한 1년 정도 거의 매주 무릎에 찬 물을 빼고 배송을 했었죠. 그런데 그때 아프니 한 1주일 쉬어야 되겠다는 말을 하지는 못했어요. 만약에 내가 이걸 참고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쿠팡 배송기사 / 지난 8월 뉴스타파 인터뷰
택배노조가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쿠팡 배송기사 2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25시간이었고, 1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비율은 79.1%였다. 과로 산재 기준 초과다. 하루 평균 휴게시간은 24분이었고, 1시간 넘게 쉰다는 비율은 5.5%에 그쳤다.  
현재 쿠팡 배송기사들은 쿠팡CLS의 재하청을 받는 특수고용직이 대부분으로 쿠팡 관련 산업재해 지표에는 잡히지 않는다. 다만 쿠팡CLS의 택배사업자 등록(2021년 12월) 전 쿠팡이 배송기사들을 맡고 있었을 때, 쿠팡의 산재율은 9.12%(2020년), 11.28%(2021년)였다.
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쿠팡 배송기사의 모습. 이 배송기사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하루 12시간 정도 일한다. 밥은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쿠팡의 문제 ③ 구조화된 연속 야간 노동

쿠팡은 건강에 치명적인 야간 노동을 남용한다.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정식 명칭은 그룹 2A로 "인간에 대한 발암 추정 물질"이다. 2019년 국제암연구소 보고서에는 "야간 노동과 관련해 동물 실험에서 발암 가능성의 충분한 증거가 나왔고, 발암물질의 주요 특징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야간 노동이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직장암의 발병과 양의 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뇌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당뇨, 수면 장애 등의 위험성도 키운다"고 말했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다면 연속 야간 노동은 줄이고, 주야 교대 근무를 통해 적절한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야간작업은 연속해 3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고 권고한다. 
쿠팡은 야간 노동 기업이다. 로켓·새벽배송을 위해선 물류센터와 배송기지, 배송차량이 24시간 움직여야 한다. 지난해 쿠팡 3사의 야간 노동자 대상 특수건강진단 건수는 3만 6,358건이다. 쿠팡 3사 노동자(7만 4,006명)의 절반 수준이다. 특수건강진단은 6개월간 월평균 60시간 이상 일한 야간 노동자만 대상이다. 퇴사율이 높은 쿠팡의 특성상 6개월 미만 일한 일용·계약직도 상당할 것이다. 쿠팡 3사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야간 노동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동탄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저녁 시간, 야간 노동을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많은 야간 노동자를 두면서도 쿠팡은 주야 교대제가 없다. 야간조로 투입된 물류센터 노동자, 배송기사는 주 5~6일 매일 밤에만 일하는 '연속 야간 노동'을 수년째 유지 중이다. 올해 택배노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야간 배송기사 40명 중 75%는 주 6일을 밤에 일하고, 82.5%는 한 달에 20일 이상 야간 노동을 한다고 답했다. 25일 이상이라고 밝힌 기사도 50%였다. 
쿠팡에서 주야 교대제가 없는 이유는 역시 비용 때문이다. 교대제보다 연속 야간 노동이 훨씬 저렴하다. 물류센터에서 교대제를 시행하면, 지금보다 최소 1.5배~2배 많은 노동자를 뽑아야 같은 야간 노동 인력 규모를 맞출 수 있다. 또 교대 근무표를 짜야 하는데, 당장 내일 출근할지도 모르는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채용 규모를 늘리고 일용직도 줄여야 하니, 교대제는 비용이 갑절로 든다.
또한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송기사 입장에서 교대제가 시작될 경우, 휴무일에는 돈을 벌 수 없어 수입이 반토막 날 것이다. 쿠팡을 떠나는 기사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대제를 시행하려면, 기사 수를 늘리면서 동시에 야간 배송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올려줘야 한다. 
돈 앞에서 노동자 건강은 무력하다. 쿠팡 3사의 지난해 야간 노동자 대상 특수건강진단 내역을 보면, 전체 검진 건수 중 '질병으로 진전될 우려가 있거나', '질병 소견을 보인' 경우는 약 70%였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언론 보도로 알려진 쿠팡 사망 노동자 20명 중 12명은 야간 노동자였다. 물류센터 노동자 27살 고 장덕준, 49살 고 김명규, 41살 배송기사 고 정슬기도 모두 야간 노동 중 숨졌다. 

도달 불가능 지점, '건강한 로켓배송'?

해결책은 무엇일까. 쿠팡이 의지를 갖고 노동자 건강을 위해 더 돈을 쓰기만 하면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복잡하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쿠팡 매출은 약 31조 원을 기록했고, 인건비는 약 5조 원이었다. 반면 매출이 29조 원이었던 이마트는 인건비가 약 3조 7천억 원이었다. 쿠팡 매출은 이마트보다 6.6% 높지만, 인건비는 42% 높다. 매출 대비 쿠팡의 인건비 비중은 다른 유통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덩치가 큰 차는 같은 거리를 가도 더 많이 기름을 잡아먹듯, 쿠팡도 비대해진 덩치가 문제다. 노동 환경을 비슷하게 개선한다고 해도 다른 유통기업은 노동자 1~2만 명이지만, 쿠팡은 7~8만 명이 대상이다. 쿠팡은 '노동 연비'가 안 좋은 기업이다. 
더구나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더 달고, 급여를 더 올려줘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용·계약직 위주의 고용 구조를 없애고, 주야 교대제를 위한 추가 채용도 해야 한다. 다회전 배송으로 인한 과로를 줄이기 위해  배송기사도 더 뽑고, 수수료도 올려줘야 한다. 부대 비용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현재 쿠팡의 재무 구조로는 적자가 뻔하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3%, 2022년에는 1%도 안 됐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도 1.3%에 불과했다. 유통·물류업치고도 낮은 수준이다. 이런 쿠팡에,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건 평생 적자를 감수하거나 로켓배송을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현재 상황에서 로켓배송 시스템은 불안정·미숙련·저임금·위험 일자리 없이는 지탱될 수 없다.
앞으로는 어떨까. 현재 쿠팡의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30% 안팎이다. 다른 기업들과 경쟁이 한창이고, 쿠팡은 공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 5월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2027년까지 23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이 발행한 '2024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쿠팡 3사의 직고용 인력은 8만 명이 넘었는데, 쿠팡은 "2026년까지 1만 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채용될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용·계약직일 것이고, 다회전 배송과 야간 노동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도, 로켓배송은 불안정·미숙련·저임금·위험 일자리로 유지될 것이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 기업이 되면 다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안정적인 시장 지배력과 매출을 확보하고 나면, 노동 환경 개선에 많은 비용을 지출해도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잘 알려져 있듯 쿠팡의 롤모델은 미국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8년 시장 점유율 50% 넘긴 이래 꾸준히 40% 이상을 지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차례 아마존을 독과점 기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노동 여건은 악명 높다. 위험한 작업 환경, 비현실적인 노동 강도와 낮은 임금, 노동조합 탄압이 대표적이다. 2021년 '신입직원 2/3가 90일 내 퇴사했다'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고, 2022년 미국 안전보건협의회(COSH)는 아마존을 '올해의 위험한 기업 12개' 중 하나로 뽑았다. 
그렇다면, 지금도 또 앞으로도 쿠팡 로켓배송은 열악한 노동에 의존해 돈을 버는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다.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와 함께하는 로켓배송이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얘기라는 결론에 이른다.   
쿠팡의 재무 구조와 사업 전망 등을 따져봤을 때, 로켓배송 시스템은 불안정·미숙련·저임금·위험 일자리가 있어야 만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진은 서울 역삼동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본사 앞에 놓여 있는 쿠팡 사망 노동자들의 영정 전시물. 

기업의 수익과 소비자의 효용이 '공동체 불안전'보다 우선일까

물론, 로켓배송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확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위의 결론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로켓배송 서비스에 '합리적 제동'을 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쿠팡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거의 모든 품목에서 로켓·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생필품도 아닌 컴퓨터와 이어폰, 심지어 향수까지 밤 11시 59분에 시켜도 아침 7시 전 도착이 보장된다. 과연 거기서 발생하는 '기업의 수익'과 '소비자의 효용'이 불안정·미숙련·저임금·위험 일자리를 재생산하며 위협받는 '공동체의 불안전'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나. 우리에게는 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로켓배송이 나온 이래 SSG, 지마켓 등 여러 전자상거래 기업이 쿠팡을 따라갔다. 이제 빠른 배송은 흔한 서비스다. 최근 네이버는 '1시간 배송' 서비스 출시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오전에 결제하면 당일 가전제품을 설치해 주는 '오늘 보장'을 시작했고, 롯데하이마트도 '오늘 설치'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이틀에서 내일, 오늘, 반나절, 그리고 1시간까지. 유통·물류·배송 산업의 속도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노동은 그만큼 열악해진다. 
쿠팡 청문회가 열린다면, 한 '사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국회 청문회가 된다. 청문회에서 쿠팡의 여러 문제점과 증언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이 쿠팡 경영진의 사과나 표면적 재발방지책 정도로 그쳐선 안 된다. 로켓배송을 포함한 '빠른 배송 산업' 전체의 위험성에 대해 두루 논의하고, 광범위한 규제 방안을 세울 기회로 삼아야 한다.  
쿠팡 청문회의 국민동의청원 5만 명을 넘은 지 2주가 지났다. 지금도 쿠팡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은 거리에 있다. 청문회 개최를 위한 국회의 빠른 논의와 의결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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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홍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