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6년 전인 2015년 2월, 같은 사건에서 윤우진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6년 전의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은 ‘왜 6년 전 수사결과가 뒤집어진 것인지’, ‘당시 누가 수사를 잘못했던 것인지’, ‘누가 외압을 넣었던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부터 추적해 온 이 사건의 핵심,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의혹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2012년 2월 경찰,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 착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에 나선다. 2010~2011년 서울 마장동에서 육류업체 T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김OO와 세무사 안모 씨 등에게서 현금, 골프비 대납 등으로 1억 원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경찰 수사에는 제동이 걸린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연달아 기각하는 등 검찰이 사실상 수사방해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직 세무서장인 윤우진이 경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2013년 8월 경찰, ‘윤우진 뇌물사건’ 검찰 송치
해외로 도피한 뒤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랐던 윤우진 서장이 2013년 4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다. 경찰은 즉시 윤우진 서장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또 다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 뇌물수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경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했다 체포된 공직자를 풀어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경찰은 윤우진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2013년 8월 경찰이 작성한 수사의견서에는 “윤우진 전 서장이 육류수입업자와 세무사에게서 총 8건, 1억 3800만 원 가량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1년 6개월이 지난 2015년 2월, 윤우진 전 서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제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고,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였다.
2019년 7월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2019년 7월 8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에게 후배 검사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변호사법 위반 혐의)하는 등 ‘윤우진 뇌물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후보는 하루 종일 의혹을 부인했다.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고, 어떤 식으로든 윤우진 뇌물사건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당일 밤, 뉴스타파가 윤석열 후보의 7년 전 육성파일을 공개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시작됐다. 윤석열 후보는 경찰의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2년 12월, 취재진과 26분간의 전화인터뷰에서 “윤우진 서장에게 대검중수부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고, 소개 문자를 보내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윤석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2020년 10월 19일 추미애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한 5개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3부가 맡았다. 하지만 검찰은 법무부장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수사 지휘가 있고 한 달 뒤, 윤우진과 한때 사업관계였던 인천지역 사업가 Y씨가 윤우진 수사를 요구하며 낸 진정서까지 사실상 뭉갰다.
2021년 7월 19일 뉴스타파, “윤석열이 변호사 소개했다” 윤우진 증언 공개
뉴스타파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2020년 12월 31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 당시 윤석열 대검중수부 과장(부장검사)이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180도 뒤집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로 윤석열 후보의 국회 위증 의혹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은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2021년 8월 12일 뉴스타파, 윤우진의 ‘피해자 회유 동영상’ 공개
윤우진 전 서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낸 사업가 Y씨를 찾아가 억대 수표를 건네며 회유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뉴스타파가 공개했다. Y씨는 2018~2019년경 윤우진 측과 사업 관계에 있으면서 4억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정관계 로비자금 명목으로 뜯겼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2020년 11월 검찰에 제출했던 사람이다. 이 영상이 공개된 뒤 윤우진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먼저 검찰이 움직였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꿈쩍하지 않던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 직후 형사부에 있던 Y씨 진정사건을 특수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강력수사 1부에 배당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수사가 본격화됐다. 시민단체 등이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된 사건이었다. 의혹은 모두 세 가지였다. 첫째, 뇌물사건 피의자인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혐의). 둘째, 윤우진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문서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셋째, 2012~2013년 당시 ‘윤우진 뇌물사건’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였다. 윤석열 관련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가 맡았다.
2021년 12월 29일 검찰, ‘윤우진 뇌물사건’ 재수사 결과 발표
검찰이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6년 전인 2015년, 윤우진을 무혐의 처분했던 자신들의 수사결과를 스스로 뒤집었다. 윤우진을 2억 원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윤우진의 범죄 혐의 중 상당수는 2015년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가 이미 무혐의 처분했던 것들이었다. 검찰 스스로 부실수사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우진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혐의 처분했다.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였다. 범죄 여부를 따져 보지도 않고 내린 법률적 판단이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또 다시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