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태원 참사 2주기 : 기억은 가깝고, 법은 멀다
2024년 10월 31일 20시 00분
유가족들은 경험 있는 전문가에게도 하지 못했던 얘기를 비슷한 고통을 겪은 유가족이나 생존자한테는 훨씬 쉽게 털어놓는다. 영국의 '힐즈버러 압사 참사' 이후 만들어진 단체인 '디재스터 액션'(Disaster Action)도 유가족이 모인다는 게 참사 시기에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피해자들이 모일 기회와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추모·애도의 측면에서 굉장히 오래된, 당연한 과정이다.백종우 /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제 생각에는 유가족들을 만난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만나기 전에는 정부에서 하는 말들이 답답하고 그걸 지인이나 친구한테 얘기할 수도 없고, 답답한 걸 그냥 혼자만 갖고 있었죠. 또 가족들한테는 걱정시킬까 봐 쉽게 얘기할 수 없었고요. 그런데 유가족들 만나고 특히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을 만나면 진짜 속에 있는 얘기가 잘 나오고요.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까 정말 스스로 깨달았어요. '이런 사회적 재난이나 참사가 있을 때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보다 유가족들끼리 만나는 게 진짜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낀 것 같아요.이태원 참사 유가족 겸 생존자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유족) 명단을 서울시에서 갖고 있었는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서울시에서 넘겨주지 않는다고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 답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 서울시하고 협조를 하든지 방법을 찾으셨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서울시가) 명단을 안 주겠다고 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강제로 뺏어 올 수도 없지 않습니까.2022.12.27.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
유가족 연락처를 저희들이, 사망자 현황 자료를 다 정리를 해서 행안부에다가 자료를 공유했습니다. 저희들이 정확하게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세 번에 걸쳐 자료를 제공했습니다.김상한 당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 / 2022.12.29.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 2차 기관보고
저는 일단 유가족 모임, 유가족한테 연락해서 유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한번 마련하겠다는 그런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중략) 그러니까 그게 (유가족을 만나는 일이) 진짜 위안이 돼요. 내 딸은 이런 애였는데 또 다른 분 딸들은 뭐 이랬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공감이 이루어지니까. 다른 데서는 이런 공감을 할 수가 없어요. (중략) 일단 1순위로 유가족들 모임 장소를 마련해 준다든가, 연락처를 준다든가, 이런 부분이 선행돼야 하는데...이태원 참사 유가족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유가족들은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연락처를 공유해달라고 요구했다. 연락처 공개에 동의한 이들의 연락처라도 공유해달라는 요청에도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중략) 유가족들은 답답함에 직접 납골당을 찾아다니거나 주변의 장례식장에 연락처를 남기는 등 다른 유가족에게 가닿고 연결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이태원 참사 유가족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유족분들 연락처를 확보하려고 여기저기 미친 듯이 돌아다녔습니다. 행안부와 서울시에 우리 유가족들이 서로 위로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유족분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 울고 껴안고… 그렇게 해야만 트라우마 치료할 수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받아라', '정신과 약 먹어라', '상담받아라'...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서울시, 행안부, 여당(국민의힘)에 계속 말씀드렸고 매일 사정하다시피 했습니다. 연락처 좀 주십시오. 지금도 연락처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저희에게 의견을 물어보시지도 않고 중대본을 해체했습니다.이종철 씨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 아버지 (2022.12.10. 유가족협의회 출범 기자회견)
문자가 왔었어요, 용산구청에서. 혹시 유가족협의회를 만들면 거기에 참여하시겠냐. 그래서 당연히 참여하겠다고 내가 보냈죠. 그런데 연락이 없는 거야. 나를 인터뷰한 기자가 용산구청에 문의도 했다는데 이후에 연락 없이 끝이었죠.이태원 참사 유가족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유가족협의회가 발족을 해서 '저기 들어가면 되겠다.' 그런데 어떻게 (연락처를) 찾을 줄 몰라가지고 아들 친구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어디냐 해가지고 전화번호 간신히 받아가지고 연락해서 들어간 거예요.이태원 참사 유가족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유가족들이 좀 모이면 정부에서 이렇게 해줄 줄 알았는데… 전화가 왔었어요, 행안부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유가족협의회 결성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이렇게요. 거기에 대부분 찬성했다고 말을 들었는데도 그 이후에 전혀 연락처를 서로 공유를 해준다든가 연결을 해준다든가 모임 장소를 제공해 준다든가 이런 게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거예요.이태원 참사 유가족 / 10·29 이태원 참사 인권실태 조사단 보고서 (2023.5.15)
공황을 겪고 있어요. 지금은 그냥 답답한 걸 못 견디겠어요. (여성용) 속옷을 입을 때도 조금만 가슴에 닿는다 싶으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버스를 타기 전에도 전광판에 '혼잡', '여유', '보통' 중 뭐가 뜨는지 눈여겨 보고요. 지하철도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그럴 때 그냥 보내버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에 탔다가 (공황)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잖아요. 약을 모르고 안 먹고 나갔다가 힘들었던 적도 많아요.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 모 씨 / 2023.9.3. 뉴스타파 인터뷰
취재 | 홍주환(뉴스타파) 최윤정(코트워치) 조원일 |
영상취재 | 신영철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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